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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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비요일

까미l노 2019. 11. 15. 09:15




가을엔 편지를 쓰고

비오는 날엔 빨간 장미가 좋다던가

빗소리도 음악처럼 감미롭게 들리기도 한다는 비처럼 음악처럼

등등의 뭐 그렇고 그런 꽤 그럴싸 예쁘고 고운 노랫말들이 있더라만...


예전엔 나도 그러지 않았다.

비가 좋아서 한여름 장마철 장대같이 퍼붓는 그런 비도 좋았고

까까머리 중고딩 땐 아무도 몰래 소나기 속을 깨벗고 뛰어다닌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듣기 좋고 하기 좋은 말인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하더만

이 나이가 돠고 보니 빗소리는 여전히 좋은데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가 눅눅해질까 걱정하고 있으니

늙은 게 맞긴 맞나 시푸네...


뭐가 가치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참 가치없이 살아왔고 그렇게 사라지려니 싶은데

아무런 욕심 미련 아쉬움 같은 게 없는 것 같은데 서글픔은 또 뭐람...


사람들...

내린다느니 비운다느니 뭐 그러던데

돈 될만한(?)것들은 그럭저럭 잘 포기도 하고 버려지는데

남들 눈엔 그저 쓰레기처럼(?) 보일법도 한 자질구레한 것들은 이렇게 버리지도 못한 채 부둥켜 안고 있다...


내가 잘못 되었거나 이상한 사람일까?

반드시 그럴려던 것도 일부러 고집하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게 살지 싶다.


제발하고...

그만해야지 작심했으면 그만하지 그래,

아무도 몰래 내 속에서만 그랬다고 그 약속은 그냥저냥 어겨도 괜찮아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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