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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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또 다른 버킷리스트

까미l노 2019. 11. 13. 09:11




햇살 따스한 저리도 아주 높이 올라가버린 푸르른 하늘

흙마당 가운데 긴 빨랫줄 기다란 장대 하나 받쳐 세운다.


하늘하늘 나부끼며 뽀송하게 말라가는 하얀 이불 호청

정지 안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잔솔가지 타는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 어느날엔 장대비 쏟아지는 날

처마 끝에서 떨어진 빗물에 패인 작은 구멍 속 튀는 모래알들을 내려다보며

이미 다 걷어들인 빨래들 눅눅해질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들


지게랑 호미랑 괭이랑 장화랑 멍석이랑 밀집모자랑

남새밭이랑 뒷마당 대숲에 일렁이는 댓잎 서걱이는 소리랑

뒷산에서 흘러내려 부엌을 지나가는 작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랑


세상 돈 다 가진 사람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랑

둘의 버킷리스트는 사뭇 다를까?

다르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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