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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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변명 핑계

까미l노 2019. 7. 16. 14:05



무엇이?

누가 그랬을까?

숲 속에서 사슴벌레의 사체들을 발견했다.


개미들이 연신 움직이고 있었고 사슴벌레들은 이미 껍데기들만 남아서 뒹굴고 있다.

겉껍질이 아주 딱딱해서 사람의 손으로도 쉽게 부숴지지 않을 정도인데 무참하게도 조각난 채로 버려졌다.






삶은저리도 치열하구나

천변의 콘크리트 다리 아래 나방들이 집을 짓고 있다.

자세히 보면 황토처럼 노란 흙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시멘트를 섞어 만든 반죽이 굳어진 것처럼 단단하다.


애벌레가 살다가 구멍을 뚫고 나간 빈 집들이 즐비하고 환경 정비원들은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 내느라 바쁘다.

사람이 짚을 섞고 돌과 홍토를 버무려 지은 집이랑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와 핑계

옛말에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거나 처녀가 애를 가져도 다 이유는 있단다.


아무리 작은 공간에 살더라도 있어야만 될 것들은 있다.

물론 반드시라고야 할 것 까지는 없다 손 치더라도 말이야,


책장이 있고 이미 읽었던 또는 두 번 세 번씩 읽은 것들이라도

책 몇권은 꽂혀 있어야 될 것 같은 건 괜한 폼 같은 것일까


매양 주로 매식을 하면서도 수저 그릇 냄비 등속들

게다가 프라이팬이며 밥솥이며 그러니 또 수세미 세제...


버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다시 사야 되는 것들이 꽤 많다

바닥의 습기가 싫다는 핑게로 있어야 되는 침대

뒹굴기 편하고 값 차이도 별 없다는 이유로  킹사이즈

그렇게 버렸는데도 또 다시 여름 콤비며 티셔츠 남방 바지 운동화 등산화 등속을 버린다.


버리긴 아까운데 안 입고 신지 못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해 어쩔 수 없이 버렸다.

다시 이사를 가게 되면 또 버리고 사야할 것들이 많으리라

언제쯤이면 하찮은 짐들에서조차 가벼워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