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이번 생은 왜 아니냐고? 본문
삶이란 게 어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연습이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해서 잘 해볼 수 있을 것이며
지난 생 이번 생 다음 생 같은 게 상상 되기나 하랴,
지난 생은 도통 기억해 내지를 못하니 있었던 것인지 없었던 것인지조차도 알 수 없고
이번 생은 아직은 진행 중이었든 어쩄든 제대로 되고있지 않은 게 분명한 것 같고
애초 믿지도 않거니와 귀찮아서도 다음 생은 더 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난 참 이율배반적인 사람이다 싶다.
오직 나만 들여다볼 수 있는 내 속을 보면 참 과간이다 싶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꼴사나운 인상인데도 그나마 뒷통수 보다
일그러지면서 늙어가는 앞모습이 조금이나마 더 낫은 것 가트다 싶다.
꽤나 모난 성격인데 타인들과 두루 잘 섞이는가 하면
스스로를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자기 비하에다 자존감 없단 핀잔 많이 들으면서
속으로는 지랄같이 스스로를 무지 아끼는 건 아닐까 싶다.
이번 생을 실패한 이유라는 게
대다수 사람들도 그럴테라 생각되듯
한 번도 듣도 보도 배우지 않은 일들도 뭐든 꽤 잘하는데
유독 돈 만드는 덴 잼병이고 공부라는것에 씨름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늙으막에 여러번 시험을 보는 지랄을 해대고 있으려니
공부해서 훌륭 같은 것 따위엔 지금도 관심 없지만 공부 잘하는 인간들 괜찬아 보일 때가 더러 있었거든,
공부 못하는 인간들치고 머리 나쁜 놈 없다고들 하더라만
뭐든 해보면 머리가 영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니길래 하는 변명이다만...
다시 한 일 년 죽어 살아 보기로 작정했으면서도
다 잊은 줄 알았던 그놈의 카메라가 늘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없었던 인간이 그딴 사치를 누리기엔 무척 과한 것인줄 알면서
꼭지에 박히면 반드시 저지르고야 마는 타입인지라 쯧쯧!! 이다...
행복 같은 거 나와는 별무상관이라 믿었으면서
살면서 가끔 행복했었다 싶었던 때가 하고 싶은 짓거리를 그냥 해버렸었던 게
피똥을 싸게 되더라도 책임은 스스로가 지면 되는 것이었으니 해보지 않고 끙끙대는 것 보다 나았던 것 같다
인내심이 없었다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다른 이들에겐 쓸데 없었을 사소한 것에라도
내가 원했던 일이었을 땐 잘 참고 무지 견뎌냈었던 것 같다.
제주도로 떠났을 떄 처럼 다시 버티기를 시작한다.
너무 엉뚱한 곳으로 이사를 와버렸고 후회를 하기 보단 일 년만 버티기로 작정했다.
이런 지랄들은 평생을 이어온 내 못난 버릇들이었고
이젠 버티기라는 것도 살아갈 시간이라는 게 뻔할테고
그닥 길게 남지 않은 듯 해서 총알같고 화살같이 빨라서 버텨 보겠다는 것 역시 가소로울테지...
먹는 것 따위에 관심 없었음은
어차피 혼자 챙겨야 하는 것임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비애
그나마 요즘은 가끔씩 혼자 궁상 떨지 않아도 될만큼 엉뚱한 미식을 하기도 한다.
가끔 왜 열심히 살고 있는거지? 싶은데
새벽 여명이 밝아올 떄까지 잠자리에 들 생각도 않고
뭔가를 읽고 쓰고 만들고 한다.
그러다가 이러면 뭐하지? 왜 이러고 있는것인가 싶어진다.
상상도 못했었던 나이가 되었는데
가끔 내 나이를 잊고서 셈을 해보기도 하는데
가끔 헷갈려서는 생년으로 소심 꼼꼼하게 계산을 해보곤 한다.
보험 같은 것 공과금이든 카드 대금이든 꼬박꼬박 처리하는 걸 보면 나도 오래 살고 싶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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