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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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물고기의 눈물과 슬픈 눈의 새

까미l노 2019. 1. 25. 18:46



나는 아직도 스스로의 무덤에 항거하여

새로운 의지와 행동을 마련할 역사에 대한 최후의 호곡을 하는 것이다

--- 전광용의 초혼곡 중에서 ---


그러나 난 여태껏 단 한번도 그처럼 통곡을 해본 적이 없었다.


줏대 없는 왜소하고도 소극적인 자기 비굴에 대한 내 스스로의 넋을 부르는 통곡을...


"아침 일찍 누가 오기로 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알았어 내가 일찍 피해주지..."


친구로 지내자고?

듣던중 편한 말이네

미처 내 먼저 꺼내지 못했던 말


감정을 숨기지도 자연스럽게 갈무리하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다행이다 싶어서

혹시 날더러 떠나달라는 말이냐고 물었더니'그럴 리가 라며 얼버무린다.

나를 탓하지는 않는 듯 마지막까지 고마워해야 하는 것처럼 굴면서 그런다...


하긴 말 한마디가 천냥 빚도 갚는다던데 뭐,

그러니 참고 있는게지...


겨우 울대를 넘겨 끄집어 낸 한마디였고

나로서는 최후의 통첩까지는 참으며 내뱉은 말이었고

믈론 만일을 대비한답시고 꾹꾹 눌러 참으면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하려던 마음은 여지없이 거꾸로 내달려지고

냉가슴일망정 입 닫고 귀 막고 눈 감아 보기로...


일말의 동정심마저 걷어버리게 하지는 않기를

살면서 분노하는 쓸쓸한 모습의 나를 탓하지 않기를


살아오면서 그나마 괜찮았다고 자위하던 선택 세가지 때문에

지금껏 벼텨온 것일까


그 많던 물고기랑 새들은 다 어디로 숨었을까

물고기도 새들도 자살은 않는다던데

죽을 때기 되면 자기 자리를 찾아 숨는 물고기도 새들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슬퍼하던 새의 눈

눈물을 보이는 물고기의 눈

새들의 지저귐은 슬퍼 우는 소리일까 즐거워 하는 노래 소리일까...


살아가는 게 아닌 여태껏 버티고 있는 거

그리고 지금의 꼬락서니

살면서 지랄같이 못한 선택 세가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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