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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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무디게 사용하는 예민한 감성

까미l노 2018. 7. 11. 21:57



인생...

6~70 ?

또는 7~80 ?

그 길고도 장구한 세월동안

하려고 든다면 무엇인들 못하랴싶은 지루하다싶을만치 긴 세월이건만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을 마치 시간이 없어 제대로 못했을 거라는 변명을 했으리라...


시간이 없어서...

먹고 산답시고 살아내기 위해 이리 저리 채이고 부대끼다 보니

더러 시간이 없거나 모자라서 못했을 거라는 핑계조차 그럴싸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한 인간이 그 무엇이었든 반드시 해내려고 작심한 것을 해내려면

그에 따른 포기해야할 부수적인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 또한 해보지도 않고 온갖 핑계로만 한평생을 흘려보낸 비겁한 인간의 변명이겠다만

그러다 늙어짐에 이제는 이저런 따위 라면서 해서 뭐할건데 라며 게을러진 스스로를 위로해버린다.




과일...

크고 싱싱한 잘생긴 사과 복숭아 여러개

그 중에서 가장 못생기고 상한 곳이나 상처난 것들을 먼저 먹는다.

어릴적 부터 줄곧 그래왔다.


물론 열개 정도 있었을 그것들을 다 먹기 전까지

맨 마지막까지 그다지 싱싱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었다.

다만, 언제나처럼 마직막엔 한개만 먹어도 충분할 양인데도 두개 정도가 남을 땐 한꺼번에 다 먹어치우곤 한다.

마지막까지 남겨두면 그새 상하기라도 할까봐 그러는 것일까?




책...

한꺼번에 수 십권의 책을 산다.

그책들 거진 다 읽어갈 때쯤 슬슬 불안해져서 다시 많은 책을 구입하는데 여분을 쌓아둔다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항상 또 읽을 수 있는 책이 남아있어야 불안하지 않는 것이다.


역시 한꺼번에 많이 사두고 먹기 시작하던 과일처럼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페이지가 적고 선택을 잘못했다 싶은 책부터 골라 읽어치운다.

내가 즐겨 읽으려는 책들은 기껏해야 너댓 손가락으로 꼽을만큼의 작가들 책일 뿐이고

외국소설은 그중 몇권 되지 않는데 내 기준에서 먹물들의 책은 싫고

역시나 내 기준에서의 제대로 되지 않은 번역인 것 같아서 좀처럼 읽혀지지가 않는다.


주로 소설을 선호하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일 경우 여행산문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편할려고 대여해서 읽는 것은 싫어해서 구입해서 읽고 다시 읽고 싶을 때

언제나 책장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원하던 책이 절편되고 없으면 중고서점에서라도 주문하는데

중고책값은 거격이 아주 저렴해서 일 이천 원 정도이거 많아봐야 삼 천원 정도인데 제주도까지 배송은 권당 3천 원이다.

일전 여러군데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던 책을 받았더니 책값 7만 원 정도에 배송비가 16만 원 이었다...


중고책인지라 역시나 지저분하고 마음에 차지 않는 책부터 후다닥 읽어치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실망했던 일이 좀처럼 없었다.


화자든 주인공이든 내 성향과 공감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책 속의 여자들이 내 취향이라서 더 좋다.


새로 산 옷의 감촉보다 공부를 싫어했으면서도 새로 받은 교과서와 새공책의 냄새

넘기면 꺠끗하게 다림질한 것처럼 구김없이 빳빳한 그 질감이 좋다.


단편보다는 장편이 그냥 일상의 이야기이거나 로맨스가 차라리 좋고

추리소설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싫고 공상과학도 싫다.


맛깔스럽게 표현한 섹스이야기도 로맨스라면 다행이라 여기고

불륜도 사랑을 하는 것이라면 요즘 시대의 사화관습적 범주에서

위태롭게라도 넘어가주는 전개이기를 바라면서 즐겨 읽는 편이다.




감성에 예민하고

그 감성에 의해 몸이 반응하는 타입이다.

실의에 빠지면 그 자리에서 앓아눕듯 깊은 잠을 자려고 든다.


별로 늙지도 않았던 때부터도 세상을 다 산 노인네처럼

스스로의 속의 감수성을 뭉툭하게 갈아내어 세상에 적응하려고 들었다.


내 감각을 예리하게 갈고 닦아 사용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그것을 무디게 죽이는 방법으로만 세상을 살아온 것 같다...






갈 데가...

갈 곳이 없어서...

갈 데가 없어서요...


나는 누군가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

나에게 여자가 했었던 말


말이란...

언어적 표현이란

그게 은유적이든 뒤에 비의 같은 게 숨겨져있든

입 밖으로 뱉어진 것이 반드시 그 말씨 그 글자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다 보면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일게다.

세상의 그렇고 그런 뭇 수컷들에겐 갈 데가 없어요...라는 여자의 말에 대한 반응을

조금이나마 깊게 측은지심의 마음을 가진 채 심미안으로 바다봐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제 멋대로 살아온 것 같기는 하지만

세상 그 누구로부터도 그 무언가로 부터도 부당한 일을 겪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딱 그런 사람들이 가질만큼의 이하로만 소유했기 떄문이다.


단 한 번

단 한순간만이라도 진정성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추하고 비겁하고 위선적이었을테고 양면성이었고 다중인격적이었다.


내 안에서 약삭빠른 타협이나 합리화로 똥이 무서워 피하는 건 아니라면서

더러워서 라는 말 따위나 하면서 허접한 방패막 뒤에 숨어 살았던

그래봐야 만들거나 하고자 했던 일 하지도 되지도 못하는 주제였다.


마음 속에만 숨겨둔 채 여태 비겁했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위안으로 별짓거리 다하고서...


날갯짓 하면서 날아가는 새들도 제 이름을 부르면서 운다는데

제 목숨 다 한 후 소멸해가는 뭇생명들은

그런 제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고 하는데

무지랭이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처절함은 있지 않을까...






The Daydream / 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