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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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한 번도 외로운 적은 없었다

까미l노 2018. 5. 22. 00:05


문민시대 운운하며 과거의 투쟁전력을

성실히 살아낸 무슨 경력인양 팸플랫처럼 여기저기 내밀어

언론이나 권력집단에서 행세 꽤나 하는 인간들...


그걸 나쁘달 수야 있으랴...

구십 년대에 출세해 살기 위해

팔십 년대에 인생에 대한 투자를 했던 셈이니

요령부득인 시대가 오히려 문제일테지...


그러니 나 같은 사람더러 삶이 서툴다고 그러지...






한 번도 외로운 적은 없었다.

영영 돌아올 계획 없이 아주 먼 곳으로 떠날 때가 올까 싶어

어디 한 군데라도 잘 해주고 싶어지는 술집 여자라도 만나면

살림이라도 차려보자 그럴려고 한 번 정도 사치할만큼의 돈을 만든다.


한꺼번에 싹 쓰고 없어지면 어쩐지 쓸쓸해질 것 같을테고

그러고나면 더 이상은 만들고 싶지가 않아질 것 같은데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문에 외로울 것 같지는 않다.


묵묵히 앉아 이따금씩 창 밖을 훔쳐보며 술만 홀짝거리던 그녀의 옆얼굴에

올챙이 같은 음표가 떠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민감한 여자였는데

그때서야 여자가 창 밖을 내다보는 척 하며

아까부터 바흐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눈치 챘다.


언뜻 보니 동공이 촉촉히 젖어있었다.


<파르티타>가 끝나고 <평균률>로 갈아끼운 CD에서 곧 바로

제1곡 푸가가 하프시코드로 울려퍼진다.


그 여자가 울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딴에는 울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던 그 여자는

급기야 둑이 무너진 것처럼 마구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꼭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요?"

...     ...     ...    ....

"한 번만 더 안아주면 안되요?"


---1999년 슬퍼진 않고 못 마시는 술이 고파지는 술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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