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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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까미l노 2018. 5. 17. 00:15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낙화의 한 부분인데

꽃은 자신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것일까?

수 많은 새들과 동물들은?


천적에게 잡아 먹혀서 없어지는 것만은 아닐텐데

그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며 어디로 숨어서 죽어가는 것일까?


날갯짓으로 제 흔적을 지우며 날아가는 새

지느러미로 유영하며 제 흔적을 지우며 사라지는 물고기들 


활짝 만개했을 때 시뻘건 제 모가지 뚝뚝 떨어뜨려

가야할 때가 지금이라 동백이 그랬다.

지금은 떄죽나무의 곱디고운 꽃 하얀 종들이 서둘러 떨어져 내리고 있다.


아름다움이 가장 극에 달했을 때가 저들은 가야할 때라고

지금 떨어져 내리지 않으면 추해진다는 것도 알고 떠나는 것일까?


그야말로 숲에서 꽃향기에 취해 흔들리는 하루

정액냄새 화려한 5월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제대로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을텐데...

시들고 추해져도 떠나기 싫어할지 모를 나도 그럴테지... 




Noella - 바다가 눈물을 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