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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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았다는 위로

까미l노 2018. 5. 13. 23:17



기억력은 테스트를 해볼 수 없을까?

아이큐 검사따위도 믿지 않는 내가 무슨 기억력을 수치로 어느만큼인지를 알려고 하겠냐만...


비상하달만큼의 기억력이 있는 건 아니다만

그렇다고 지난 일 쉽게 잊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고 하고 싶은데

나더러 오래 되어 잊은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웬만한 하찮은 농담 아니고서는 내 입으로 내뱉은 말에 대한 기억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막 대할 수만도 없는 노릇


정말로 내가 했었던 말 또는 약속을 완벽하게 잊었다면 그건

완벽한 나의 위선이거나 비겁함일 것이다.


분명히 내 기억엔 선명하지만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데

그건 1+1=2가 분명하지만 누가 3이라고 주장한다면

몇번 다툼을 하다가 그냥 포기를 하는 나를 그래 혹시..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잖아?

라고 싸움을 피하려는 내 비겁함 같은 건 아닐런지...


그렇다고 내가 온건한 평화주의자처럼 보이게 하려거나 알아주는 사람 있기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농담이 아닌 다음에야 하물며 남자에게 했던 말도 아닌 여성이었다면

내가 알만큼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내 속의 성향으로서는 기억을 얼버무리지는 않는다.


내 안의 위선을 나는 잘 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이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추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내 스스로를 자주 본다.


그래서 가끔 솔직이라도 하려는 인간인 것처럼

누군가 내 몸 내방 안에 몰래 카메라를 숨겨 놓았다면 어떻게 될까 라고 반성하려는 척 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러는 이유는 겨우 아무도 아프게는 하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는 위로를 핑계 삼아...


그다지 크게 고마웠다고 해야만 될 것 같은 일

미안하다고 잘못 했다고 할 일

어줍잖거나 쑥스러워 하거나 계면쩍은 손짓 발짓 얼굴표정을 섞어면서 부탁이라도 해야할 일 등

살면서 만들지 않는 것 같다.


왜서 난 누가 날 미워하고 싫어할 수도 있는 그런 것 겨우 그따위 하잘 것 없는 따위를 무시하지 못하고 사는 것일까?

그게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사람인데도...


생색을 달가워하지 않기에 누가 내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걸 많이 어색해 한다.

내게 악의적이거나 험하는 사람 아니라면 사소한 부탁이라도 잘 들어준다.

내 일 보다 오히려...그러면서 떄론 힘에 겨웁기도 하고 싫기도 하면서 계속 그런다.


세속의 지극히 평범한 사랑이라 나 역시 돈이든 물욕이든 많은 것들을 탐할만큼 좋아한다.

그런데 결과는 언제나 마음의 욕심에만 들었었지 손에 든 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세상살이나 삶에 서툰 사람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한꺼번에 백 권 정도의 책을 구했다.

지식에 허기질만큼 고상한 인간도 아닌데 

다 읽은 후 다음 책장을 넘길 게 없어질까봐 다 늙은 이제서야 그런 것들이 불안해져서이다...



존경하는 위인도 없고 감명이 깊게 보았던 영화도 읽었던 책조차 아직은 찾지 못했었는데

한 권의 책을 네번 째 읽고있다.

흥미진진한 내용이거나 무슨 따로이 특별한 재미가(?)있는 내용이 아닌데도

여자를 사랑해야 하는데 지금 나는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이거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닐텐데

아직 아무도 책만큼 나를 사랑해주려는 사람이 없어서인가...(내가 책을 사랑하려고가 아닌...)




Greco / Ernesto Cortaz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