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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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잠시 잠깐씩의 행복

까미l노 2018. 4. 1. 00:03



가고 오지 않는 사람...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에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가고 오지 않아도 기다려줄 수 있고

기다림은 돌아가는 날까지여도 괜찮다.


더 많이 사랑했다면 다행이기라도 하겠지만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던 게 오히려 더 부끄러운게다


더 오래 사랑할 수도 더 나중에까지 지켜줄 수도 없는데....








산다는 건 언제나 시시껄렁했었다.

열심히였든 뭐든 치열했었지도 아등바등거리지도 않았으니

절실하고 절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미안할 일일지 모르겠지만

내 속에서의 나는 그랬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살아가고 있는 건

어떤 꿈 욕심 미래 희망 같은 게 아니라

잠시 아주 잠깐 행복했던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였다.


애초 내겐 없었고 만들어볼려고 애써 보기도 했었지만

결국엔 내겐 없었고 없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냥 무연해지더라,


인생은 언제부터라 그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늙어서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말들을 하든 팔팔 백세니 어쩌니 하든 말든 나는 나일 뿐,


내리고 비우느니가 아니라 시시해져서 무관심해지고 태연하게 지나가고 싶다.

자기애는 개뿔 부정적이라 그러든 말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거나 해꼬지 않은 채

나는 그냥 나대로 살다 아무도 몰래 사라지는 게 점점 더 편안해질 것 같다.


한 사람이 삶에서 떠나가고 난 후 알려지고 회자 되고 한다는 건 끔찍할 것 같다.

아무리 위대하고 훌륭하고 존경받고 그런 것일지언정 이름이든 가죽이든 남겨서 뭘 어쩌자고...

 

모처럼 휴무일 한 낮

화사한 봄날의 햇살과 분분한 낙화들

죽기 전 마당가에 대나무 작대기 받쳐 빨래나 뽀송하게 말려봤으면 싶을 뿐,


어울리거나 엮여서 살든 혼자서 살든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슬픈 일인 게다 시푸다.

누가 나더러 비정상적으로 산다고 삶에 실패(?)했다고 그래도 나는 괜찮고

어쩌다(?) 보니 혼자 살고 있는 내 삶이라서 지금 딱 이 시간엔 괜찮다 시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