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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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세상에 와져서 그나마 다행인 것

까미l노 2018. 1. 15. 00:14



세상에 와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게 있어서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이던지...

세상에 와져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나진 게 더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 달리기에서 일등을 하지 않았다면 태어날 수 없었을 테니

별 사랑 없었던 부모라도 태어나게 한 걸 탓하면서 원망할 게 아니라

그 또한 내 선택이었으니 내 탓으로 돌리자


어쨌거나 태어났고 삶은 예나 지금이나 지랄 비슷하지만

세상에 와서 알게된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믿어준 사람들

오래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는 더 이상 볼 수도 없지만

많이 의지했고 기대이고도 싶었었는데 언제나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역시나 먼저 홀연히 떠나버렸다.


여자친구 가족들의 반대 때문에 탈영을 했었던 놈

엄청 큰 다라이에 밥이며 반찬을 만들어 왔던 그 녀석의 여자친구

여관에 떠꺼머리들이 떼로 묵고있었을 때였으니 나라도 그런 여자친구 때문이라면 어찌 탈영인들 하지 않았을까...


입에 달고 살던 '인생무상' '삶의회의' 라는 말과 비틀즈의 렛잇비를 좋아했고

하체가 길어 양복이 잘 어울리고 주먹이 참 쎄었던 내 친구

떠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 후로 여태 볼 수가 없었으니 떠난 게 맞나보다...


또 한 녀석은 나보다 어려 형이라고 믿고 따르던 놈

키는 작아도 싸움 잘하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탁구를 그렇게 잘 치던 놈


비록 노름을 하던 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가난했지만

언제나 사랑으로 자식을 대하고 온화한 미소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던

그녀석의 어머니가 난 늘 부러웠었고 비록 노름을 한답시고 가장의 책무는 못했지만

자식사랑은 남다르셨던 아버지도 참 자상하셨다.


40년 정도가 지나버렸으니 아마 지금은 돌아가셨을테지만

그 아이를 평생 생각하고 그리워하면서 살았었는데 여태 찾지를 못하고 있다.


다행 잘 살고 있다면 좋겠지만 행여 힘 들게 살고 있을까봐

내가 잘 되면 찾아가리라 차일피일 미룬 게 그만 이렇게도 먼 시간까지 와버렸다.

언제나 보고싶다...


구만일...참 좋았던 내 동생

죽기 전에 한 번은 찾아가고 싶다.





꿈처럼 나를 찾아왔던 사람

목소리가 그렇게도 고와 말로서 표현할 길 없음에

역시나도 차분한 톤으로 괜히 비행기 띄운다면서 부끄러워 하던 착한 사람

한 번이라도 단 한 번만 호들갑스런 모습이라도 보고싶었는데...


언제나 딸에게 미안해 고된 삶을 살던 사람

그 짐 억지로라도 내 어깨에 좀 나누어 져볼려고 허세를 부렸지만

끝내 나를 위해 거부하던 사람


가수를 했었거나 아나운서를 했었다면 참 멋있었을 것을

그런 방면에 눈이 조금은 트인 나이기에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박인희씨 김미숙씨 이미선씨 정은아씨 같은 사람들이

음악프로를 진행할 때와 똑 같은 목소리였으니...


어거지 떼를 써서라도 보려고 작정하면 볼 수라도 있을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싶다.

아프지 말고 딸과 함께 잘 버텨내주면 고맙겠다.

세상에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해보게 했던 사람이다.


또 한 사람

많이도 어리면서 다짜고짜 나에게로 오겠다고 사랑한다고

지아비로 섬기고 싶다고 서슴없이 내뱉던 간(?)큰 아이

속으론 늘 음흉했으면서도 어설픈 도덕군자인양 한사코 밀어내는 척 했다.


다른 여자를 만나도 괜찮다고 하던 아이

몇 번을 울렸었고 몇 번을 울려 보냈던가...

미안하고 미안하다.


이상하게(?)꼬여버려 서로 다른 삶을 살기로 헤어졌던  내 결혼생활 속 그 여자를

무척이나 부러워했었는데 아마도 저를 아내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데 대한 원망이었으리라...

지금은 어디에서 살아가는지 별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너무 너무 보고싶은 아이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세상에 나가서 해볼 짓거리 다 해보고

사랑 같은 것도 싫컷 해본 후 그래도 오 갈데 없으면 오라고...


그래도 채 5년이 지나기 전에는 절대 오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 5년 후가 지금인데 울면서 떠난 그 아이를 지금 이렇게 절절하게 궁금해 하면서 살고있으니...


그 아이의 핸드폰에는 그로부터 5년이 흐르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고객의 요청으로 당분간...라고 들리고 있을 뿐...


세상에 와서 사랑이 뭔지 내게 가르쳐 주고 떠난 아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무조건 나를 믿고 따르던 아이

그 아이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인줄 모른 채 떠났다...


삶이 참 싫은 내 친구

언제적 부터인지 기억에도 까마득한데 늘 죽고 싶어 환장하며 살았을 친구

책임감 때문에 여태 살아낸 시간이 너무도 싫었을 것이다.


나에게 넌 참 좋은 친구다 라고 말해준 친구

세상이 모두 날보고 아니라고 해도 그 친구만큼은 내가 맞을 것이다 라고 해주던 친구

어릴적부터 여태 쭉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고마운 내 친구

일생에 한 번은 그 친구에게 멋진 놈이 되고 싶은데 아직 못했다.


당분간 죽지 말고 잘 버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