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내게도 삶에 대한 애착이? 본문
삶에 아무런 애착이 없다고 하면서
실은 많은 것에 애착을 가진 것 같다.
올빼미형이다 보니 아침 잠이 더 맛있어서 추운 겨울에는 이불 속이 포근해 출근하기 싫고
뜨거운 물을 가급적이면 적게 쓸려고 하거나 보일러 눈금을 살피고
시간에 좇기며 바쁘게 사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면서 밤에도 아르바이트를 한 게 5년이 지난다...
아프면 약을 먹게 되고 더 심하면 병원을 가고
배고프면 그냥 대충 먹는 타입이긴 하지만 뭘 먹을까 고민까지 하고
많이 먹으면 배 나올까 걱정하고...
이딴 것들이 다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난 호전적이지도 도전적인 성격도 아니다.
소심하기도 하고 내성적인데다가 위험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그런데 호기심도 꽤 많고 모험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모르는 곳으로(나라,길,사람 등) 곧잘 들어서고는 한다.
다만 추위는 끔찍히 싫어하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손이 많이 시려운 타입이라 더 그렇다만
손이 쉽게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박영석씨나 허영호씨처럼 겨울 고산 등반도 했을 것이다.
애착이었든 아니든 살아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희망이나 소망 바램 꿈 뭐 그런 것들이 남아있어서 아닐까 싶은데
난 내가 갔었고 걸었었던 길 보았던 것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서 다시 가고 싶은 것이고
낮에도 일을 하고 밤에도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단 하나의 애착 때문 아닐까 싶다.
일년 가운데 봄부터 시작해서 늦가을이 끝나는 떄 까지 9개월만 일을 하고
한 겨울이 시작되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 봄이 되기 전에 돌아와서 다시 일을 하는...
이도 저도 어렵다 싶으면 놀아도 (백수) 창피스럽지 않을만한 65세가 되어
히말라야로 가서 싫어질 떄까지 산 속에서 돌아 다니다가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서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갈래 길에서 헤매고 다닐 작정이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러고 나서는...언제쯤엔가 죽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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