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넌 내게 참 좋은 친구였다 본문
까마귀 밥 챙겨주는 남자
겁 많고 떼지어 살면서도 혼자 다니는 까치에게도 못 이기는 못 생긴 새
사람만큼 먹을 수 있는 종류도 많아 잡식성인데 다만 짐승의 사체도 먹고
온몸이 검은색이라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새
어디에서든 먹고 버리는 음식이 있으면 구해다 숲에 가져가서 까마귀들에게 준다.
오후 4시만 되면 숲 속 내 작업실 앞에와서 먹을 것 달라고 울어댄다(새소리를 울음이 아니라 노래라고 해야되는데)
좀처럼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먹을 걸 던져준 후 조금 멀리 떨어져야 그제서야 먹기 시작하는데 조그만 기척에도 놀라서들 후드득 날아 오른다.
까마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 괜찮은 새다.
점점 더 쓸쓸해지는 걸 즐긴다.
슬픈 음악이 더 감미롭다 느껴지니 우울하고 (남들이 청승맞다는) 어두운(?) 음악들만 듣는다.
휴무일 3일동안 집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는다.
그냥 가끔 이렇게 멍청한 채 생각이나 하면서 방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도보여행을 평생의 즐거움으로 삼고 살던 나로서는 참 신기하다 싶다.
카카오스토리에 남겨진 친구의 글 한 줄
"넌 참 내게 좋은 친구다"
참 좋은 친구다 가 아니라...였다...라고 보낼지도 모를 시간이 흘러가고
제발 여자라도 좀 사귀어 보라고 그러기에 난 아마 까탈스러워 여자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 것일 거라고 대답한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또 대뜸 맞다.. 그런다.
45~6년쯤 됐을까 친구가 된 시간이...
까까머리 중학생 때 만나서 한 때 사랑감정까지 느꼈다가 여태 그냥 친구로 남아있다.
그 친구 자꾸 즉음을 생각한다.
건강에 딱히 어디가 고장난 것은 아닌데 여태 두 번 기절을 했었단다.
원인도 없이...
아이들에게는 혹시 모를 당부로 연명치료 같은 건 절대 하지 말라고...
죽을 때까지 못 보게 되더라도 평화롭게 살라고 그런다.
감성이 통하고 대화가 되는 내 친구..
따뜻한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서 원치않는(?) 현실 속으로 걸어 들어간
새벽이면 내 담벼락에 그림자처럼 스며 들었다가 떠나는 소녀적 감성을 지닌 사람
죽었는지 살았는지 내가 궁금해서인지
괜찮은 건지 힘들진 않는지 그런 그를 오히려 내가 궁금해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맨날 흔적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조용조용한 그 목소리 떠올리기는 하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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