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산티아고 순례 후 엄포성 기행문(?) 본문
지금 읽고 있는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 도 그렇고
산티아고 순례를 하기 전에도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녀온 사람들의 순례기들을 읽어 보는데...
왜 하나같이 공갈(^^)협박(^^)엄포성(^^) 일색의 내용들인지
걷기 경험이나 등산 운동 등 여러 경험치를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산티아고 그 길이 그렇게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프랑스 땅 생장을 출발해서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거쳐
대서양 절벽 끝인 피니스테레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다시 성당까지 오면 꼭 1,000km가 되는데
내 경우엔 30 여장의 지도를 출력해서 성모 발현지 루흐드를 돌아보고
파리에서 며칠 싸돌아 댕긴 것 까지 총 49일간의 순례여행을 했었는데
다리나 무릎이 아프거나 심지어 발가락에 물집 한 번 생긴 적이 없었다.
많이 걸은 날은 하루 38km를 걸었었고 적게 걸었던 날은 마을이 예쁘고 좋아서
하루 11km밖에 걷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내 경험상 사람이 하루 종일 걸으면 40km정도 걸을 수가 있다.
아침 8시부터 걸어 오후 5시경이 되면 보통 어른의 보폭과 속도로
식사 시간 빼고 시간당 4km * 8시간= 32km 정도를 걸을 수 있는데
출근시간 속도로 걸으면 40km는 충분히 걸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별 탈 없이 잘 걷는 사람의 경우이긴 하겠지만
문제는 경험이 아니라 걷는 자세라는 것이다.
등에 맨 배낭의 형태와 가능한 가볍게 짐 꾸리기
그리고 허리를 곧게 편 바른 자세로 걸을 때 보통의 건강한 어른이라면
발가락 물집도 생기지 않게 다리도 덜 힘들게 누구나 다 걸을 수 있다.
책들을 읽어보면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가는
피레네 산맥을 무슨 대단한 높은 산길을 넘어가는 것처럼 묘사를 하곤 하는데
이건 아무래도 출판사의 장난질 아닌가 싶다.
한국의 산 해발 4~5백 미터 정도 오를 체력라면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산맥 운운하는 건 아이러니 아닌지...
실제 옆으론 차들도 다니고
소와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드넓은 목조치 사이를 걷는 길이다.
걷다가 잠시 멍청해지면 화살표를 놓치는 경우는 있지만 길 찾기도 비교적 쉽고(10년인 후 지금엔 더 나아졌을테고)
해발고도 역시 그다지 큰 어려움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여성 혼자 걷는다면 숲길을 지날 때 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은 시간을 피하는 게 좋다.
특히나 여성들은 배낭 속에 쓸데없는 잡다한 물건이 많아
어깨 통증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모든 것들이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본인이 다녀온 길이라고 아무나(?) 다 쉽게(?)걸을 수 있는 게 싫어서이기야 할까만
암튼 그다지 어렵거나 고행의 길은 아니니까 지레 겁 먹을 이유는 없다는 게 내 경험이다.
평상시 걸을 떄 허리를 곧게 펴고 바른 자세로 겆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걸을 수 있는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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