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굵고 짧게 살지는 못할지라도 본문
버킷리스트라는 게 죽기 전에 해보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을 말하는 것이라면
죽기 전이라는 게 곧 더 늦기 전에가 되기도 할테지?
더 늦기 전에 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나이 들어 늙어지면
체력의 문제가 염려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랑은 일면식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지만
엊그제 많은 사람들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던 사람이
작별 인사도 없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떠났다.
나야 나 떠날 때 누구든 슬퍼하거나
못다한 말 한마디도 서로 남겨질 사람 없으니
조용히 머물렀던 흔적조차 없기를 바란다.
갑작스런 사고이거나 오랜 병상에서가 아니라면
세상 그 어떤 떠남일지라도 다 스스로의 뜻일테고 바램 아닐까....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참 서글퍼진다.
살아온 것이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겨우 살아냈던 것인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굵고 짧게 살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 같으니
짧고 축 흐물거릴지언정 그냥 내 스스로라도 괜찮게 살자 시푸다.
수 십년 동안에도 바뀌지 않았고 계속 이를테니 이놈의 승질모리 이대로 살아야잖을까 싶다.
마음내키는대로 해버리고 사는 거 말이다.
벽에 부딪힐 때도 없잖았지만 뭐, 주제가 그러니 그 또한 내 탓이려니...
가족도(?) 버리고 카메라도 버리고 죽을 때까지 끼고 살려던 낚싯대도 버렸다.
삼십 년 전에 산 바라리 코트 애지중지 아끼기만 하다가 두개 중 하나는 버렸는데
남은 한개 죽기 전에 어떤 장소에서 깃 세운 채 개폼 잡고 서성댈 일 생길랑가 싶은데
서랍 속엔 이십 년 가까이 된 입던 속옷 몇개는 아직도 안 버렸네...
나 떠날 적에 소식이 궁금한 사람도 그리운 사람도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으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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