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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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그런 이름을 부르고 싶다.

까미l노 2017. 9. 25. 13:39


                                                                                   

이병률의 산문 가운데 '마음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라는 글을 읽고서...


여행 중 몸이 아프던 그와 선배가 주고 받은 문자

몸살에 신경통까지 겹쳤는데 약을 챙겨 먹어도 쉬 낫지 않는다.


몸이 좋지않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몸은 게속 풀썩 꺼지기만 한다.


-언제는 나에게 손 잡아줄 사람 있었겠습니까?


라고 까칠한 문자를 하려다


-손 말고 모가지 묶어줄 사람 구합니다.


라고 허튼 문자를 하려다


-네, 어떻게든 구해야지요.


라고 쓸쓸히,

안간힘을 보태 문자를 보낸다.


그런 문자를 보내고 나니 만약 손 잡아줄 이를 구하게 된다면

아픈 몸이 괜찮아질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집에서 지낼 때보다 아플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바깥에 있어서 소나기를 만날 확률도 높고

나를 묶어둘 그 무엇이 없어 아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될 확률이 더 높다고 그랬다.


음악회에 갔던 그는 소프라노의 높은 음으로 옆구리의 통증이 더 심해져

중간 쉬는 시간에 극장을 빠져 나와버린다.


돌아오는 길은 추웠고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은 시리다 못해 화상을 입은 부위처럼 무감각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곧바로 침대 위로 쓰러지면서 생각한다.

손이 문제구나 그놈의 손이....,


그리고 또 생각했다.

마음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냐구,




나도 겨울이면 그놈의 손이 문제다.

얼마나 시린지 아려서 울고 싶을 정도이다.


한여름에 태어나 어릴적엔 여름에 강했지만

어른이 되고부턴 그놈의 여름은 맹렬한 속도로 지나가게 만들고 싶도록 정말 싫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곤충인 모기가 설쳐서도 더 그렇지만...


난 또 글 쓴 사람과 다르게 집에 있을 때보다 여행중일 땐 좀처럼 아프지를 않는다.

아주 강해져서 아무렇게나 먹고 아무데서나 자도 탈 없이 건강하기만 하다.


휴대폰 카카오톡에 아는(?)사람의 번호가 점점 줄어들어 간다.

조카를 빼면 겨우 너댓 사람만 남았다.


아쉬운 것도 아니고 서운할 일도 없지만

휴일날 왼종일 입 한 번 열지 않았더니 근질거리는 게 아니라 과일이 먹고 싶어진다.


무슨 고일이든 한 봉지 사다 놓았을 땐 다 먹지도 못하고 썩혀서 버리는데

오늘 따라 사과가 계속 먹고 싶어지는데 사러 나가긴 그냥 싫어져 애써 참는다.


밥이든 과일이든 혼자는 왜 맛이 없는지...


내 나이 금방 감 잡을 수 없어지기 전 누가 내 손을 잡거나

멀리 떠나 아프지 않게 씩씩한 여행을 다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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