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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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놓으니 이렇게 편한 것을

까미l노 2017. 6. 22. 23:03




서울 살 때 나이 지긋했던 부부가 찾아오셨다.

서울에서는 한 번도 참여를 하지 않고 가입만 되어있었던 동호회에

낚시도구 일습을 처분하겠다는 글을 올렸더니 전화를 하면서 꼭 자기에게 달라면서...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바다낚시 도구일체는 고향에서 처분한 후

죽을 때 까지 놓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붕어낚시 도구들을

근 십 년 이상 간직만 하다가 결국 버리기로(?)작정했던 날이었다.


요즘엔 중국에서 생산한 국산(?) 낚싯대들 천지라

내가 가졌던 민물낚시 도구 일체는 순수 국내에서 생산했던  것이었고 

당시에 최고가 도구들이었는데 30% 정도의 가격으로 줄 작정이었는데

낚싯대를 확인하더니 꼭 자기에게 달라고 했었다.


부부가 함께 온 것도 참 좋았지만 낚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인 것 같아

가방이며 소소한 소도구 일체까지 다 넘겨주니 계속 고맙다며 흡족해 하며 가져갔었다.


한동안 낚싯대 때문에 힘들었었지만 곁에서 사라지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었고

낚싯대 두어대 물가에 펼쳐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빨간 찌톱만 바라봐도 좋았던 

내가 사랑하던 내 평생의 취미를 버린 후 지금까지는 잘 참고(?) 산다....


모르겠다만 능력이(?) 되어진다면 산 깊고 물 깊은 골짜기 저수지가에 살면서

붕어낚싯대 두어 대 펼쳐놓고 유유자적하고픈 생각은 남아있다.


그 후로 산에만 다니면서 아직까지는  입산 산행은 버리지 않고 살고

걷는여행이 더 좋아졌는데 겯는 여행은 여타 장비 같은 게 없어도 되니 편안한 셈이다.


그러다 어느날 사진에 푹 빠져버렸었는데

그놈의 욕심이 또 도져 카메라에 수천 만원을 쏟아넣기에 이르렀었다.


시작하면 최고를(?)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바람에

무리를 해서라도 가지게 되는데 어차피 최고를 원하게 될게 뻔해 두어 번 초보용 중급용을 거치다가

곧 바로 최고를 게 되는 버릇이 도졌던 것이다.


만년필은 곁에 두고 늘상 사용하는 것이라지만

사진은  한동안 열에 빠져 출사를 다녔는데 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이게 또 보관만 하며 애지중지만 되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을 여유없이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이게 이만저만 골치덩이가 아닌 것이다.

아무곳이나 팽개쳐 둘 수도 없고 항상 가지고 다니려니 무게가 30kg 정도 되는데

하루 이틀 정도 렌즈며 일습을 들고다니기가 영 힘에 겨워지곤 그랬다.


급기야는 스스로에게 또 최면을 건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갖고 싶은 건 드시 가지고 마는 지랄같은 성격

그러다 놓고 싶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나면 다시는 손에 들지 않기도 하는지라

수개월 고민을 하고 또 했었다.


변덕인지 모르겠지만 없이 못 살 것 같은 것들을 떠나 보내고 난 후 참 편해진다.

카메라를 떠나보내고 난 후 내친 김에 하나 둘 계속 버리기로 했다.

오랫동안 사용치 않던 것들 입지 않는 옷들 없어도 아무런 불편없는 소소한 물건들


그렇잖은가?

늘 내 곁에 있어도 사용치 않은 채 있었다가 버리기엔 아까워 보관만 하다가

막상 떠나보내고 난 후에라도 전혀 아쉽거나 아까운 기억 같은 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집에 도둑이 들어도(?)아무런 염려할 일이 없어졌다.

제 값을 못 받았다고 해도 그동안 내 곁에서 있으면서 나를 행복하게 해줬으니까

그만한 댓가는 치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게지 뭐,

  

곁에 값(?)나가는 물건이 없으면 몸도 마음도 참 편해지는 것을...

한동안 서운한 것 쯤이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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