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살아온 날들 보다 턱없이 짧은 본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싶은 헌나라의 중늙은이인데
겨우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산다.
죽을 때가 될만큼 늙어지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던데
나는 잠이 없기는 하지만 자고 나면 세상이(?) 좋아져있는 것 같아서 잠에 드는 것을 참 좋아하고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 소원처럼 그랬었다.
이젠 세상 떠나고 나서야만 그 소원 이루어 지려나 싶고
점점 더 늦은 잠자리와 이른 깨임에 익숙해지나 싶어 지랄맞다...
살아온 날들보다 턱 없이 적어진 떠날 시간이 남았는데
죽으면 썩어 흙 속으로 들어 그동안 못잔 잠 싫컷 자기야 할테지만
한평생 시체처럼 반듯이 누워야만 이루어지던 잠이 요즘엔 밤새 뒤척이는 옅은 잠만 자게된다.
잠을 설치니 늘 깬 아침이면 전에 없이 부스스한 몰골에다 개운치도 않아진다.
밤에 잠이 모자라서인지(?) 한낮의 졸리움에 까무룩해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다 그러하듯 제대로 예고도 없을테고 어차피 준비없이 가야할테지만
나 떠나고 난 후 속 시끄러울까봐 지레 겁(?)먹고 할 수 있을만큼은 준비를 하면서 산다.
누구든 빚 없는 사람 없다지만 세상 떠날 때 빚 남기는 거 싫어
버리고 비우고 내려 놓은다는 것들을 오직 이것들에 할애한다.
빚 독촉에 시달려본 적은 없지만 받을 건 잊어버려도 누구에게 줄 것이 남았다는 건 참 싫은 것이다.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이쪽 저쪽 기울어짐 없이 공평하게 제로를 만들었다는 것
내 선택으로 온 것은 아니지만 올 때 빈손이었다가 갈 적에도 내 선택 아니든 말든 빈손이 되는 것
살면서 늘 괜시리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던 것
신의 신용...
나를 뒤져보면 참 대단하다 싶을만큼 꽤 관리를 잘 하며 살아왔다 싶어 참 행이다.
손가락질 받지 않은 채 살아낼 수 있었던 게 은행으로부터의 신용상태였으리라 싶다.
누구는 그랬다.
까짓 파산신청이니 신용회복 지원이니 그런 상태로 만들어버리라고...
몇 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만 지랄같은 까칠함 때문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고
꼴에 1등급 2등급 같은 따위에 신경이 쓰여 여태 2등급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지 않은 채 살아왔다.
이 따위가 다 무슨 소용있으랴만 그렇잖아도 깊이 들지 못하는 잠인데
이마저도 못했다면 매양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것 같았거든...
내 곁에 값나가는 것 전혀 없고
누가 내게 빚 갚으라 그럴 일 만들어두지 않았으니
어차피 떠나면 깊이 들 잠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좀 죽음보다 깊이 잘 잤으면 시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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