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누더기처럼 펄럭이는 내 안의 여럿 본문
돌연한 떠남
떠남의 욕구
불가피한 떠남
나는 어떻게 떠날건데?
우린 모두 여러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누더기라고
헐겁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대로 펄럭인다...
...라고 수상록에서 몽테뉴가 그랬다.
우린 모두 여럿...
우리 존재라는 넓은 식민지 안에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은 1932년에 페소아가 쓴 글이다.
다르게 읽거나 생각하면 다양성 이중성 뭐 그렇게도 느껴진다.
자면서 꾸는 꿈조차 현실이 아닌 꿈인 걸 아는 나는
생각이 많은 인간인데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 속에서 또 다른 생각을 같이 하곤 한다.
얼마나 내가 이중성인지 내가 사는 현실에다 카메라를 설치한 후
두어 달이 지난 후에 처음부터 되돌려본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나 아닌 세상사람들 누구나 다 그런지는 모르겠고...
몽테뉴와 페소아가 그리 말했듯이
내 안에는 나도 모르던 누더기 같은 내가 여럿 있으며
언제든지 내 마음 가는대로 펄럭이곤 한다.
'파스칼 메르시어'가 쓴 책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아마데우는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라고 했다.
누군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을까?
내가 나를 놓지도 못하는데 하물며 나를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내 삶을 규정한대로 살아내지 않았기에
다행히도 실망하지 않았던 것일까?
잘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낭패감 따위도 겪지 않았다면서...
삶을 관통한 듯 했다지만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서툰 사람이면서
내 안에 오랫동안 축척된 뭔가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면서
그게 뭔지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잘 산 것 같지도 않고 잘 되어 있지도 않은 사람이지만
여태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한 적은 없었다.
내가 살아왔고 살고 있는 이면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었거나 전혀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어하는 면 같은 게 있었을까?
책 속의 글에서 프라두는 이렇게 생각을 한다.
우리는 모두 일부분밖에 경험하지 못하는데
우리 안에 있는 즉, 경험하지 못한나머지 대다수 부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라고...
지적인 사람일수록 내면의 욕구를 숨기는데 능하다고 한다.
자신에 대해 특별히 깊게 생각하지 않거나
사고가 정제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보다 자유롭고 쉽게 자기 길을 찾고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런 근거나 과정없이 떠나는 사람은 없다.
보통 머릿속으로나마 탈주를 시도해 본다.
그게 어떤 종류인지 무엇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래서 멀리 달아나고 싶은 사람일수록 현실에서 머무는 시간은 더 길다고 한다.
푸른 이끼 덩이 저 속에 작은 새끼 새들이 숨어있다.
숨어있는 것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가까이 오거나 소리가 나면 어미가 숨죽인 채 있거라 라고 그러지 않았을까?
숲 속 바위에 붙어있던 이끼들을 어떻게 저리 물어다 집을 지었을꼬?
내 땅 한 평 없어도 저렇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새가 부럽다.
조심조심 놀라지 않게 집을 구경해볼려고 해도
도무지 방법이 없을만치 견고하고 눈 하나 들이밀 공간을 허락치 않게 해놨다.
겨우 천장 아래 어미가 들락날낙할 수 있을 정도의 틈만 있는데
비와 바람도 막아 주고 위해를 가할 천적도 인간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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