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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근사한 만찬

까미l노 2017. 4. 23. 22:28



잘 만들어진(멋있고 화려하게가 아닌)맛있는 음식을 싫어하기야 하랴

누구나 다 맛있어 하는 음식 난들 맛있는 줄 모르랴

먹고 싶어지는 음식 가고 싶은 식당 못 가기야 하겠나 안 가는 것이지


가끔 아주 가끔 수년만에 한 번 정도

스스로에게 아주 맛있고 근사한 만찬을 선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 저녁이 있는 한가한 시간에 잠깐 그런 생각이 들어

별별 잔머리르 다 굴려봤지만 음식도 생각의 결론이 나지않고

혼자 용감무쌍하게 들어설 수 있는 식당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집으로 들어와버렸다.


또 언제쯤이면 스스로에게 근사한 만찬으로 입애도 배속에도 행복한 선물을 해줄 수 있을런가

그런데  한편으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폼 없는 개폼 다 잡았는데

음식이며 식당의 친절이 실망만 잔뜩 안겨줄 것 같은 에이~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구나 라고 느껴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늙었나?

갱년기인가?

뜬금없이 쉼이 있는 저녁시간을 찾아 집으로 향하다가 괜시리 울적해지고 슬픔이 밀려오던 이유는 뭐람?



아등바등 사는 타입도 못되거니와 아끼고 사는 타입도 아닌데 

나는 나에게 선물하려는 근사한 만찬에 지불할 금액을 아까워 하는건 아니지 않는가?


지레짐작일 수도 있겠지

대충 사먹는 음식에 들인 금액이나 잔뜩 기대하고 요란한 금액을 지불한 음식을 즐기고난 후

이도 저도 아닌 지랄같은 기분일까봐  더 그럴테지...



여태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란 게

갓 담았던 알타리 김치와 김치찌개 전골이었다.


무인도에서 갓잡은 대형 돔을 썰어 갯바위에서 먹었던 회도 나로서는 별로 감개무량이었고

서울서 직장생활 했을 때 무슨 무슨 특급호텔에서 공짜 저녁을 먹었을 때도

좀 많이 먹으려는 욕심은 앞서기도 했었지만 글쎄 그냥 그랬을 뿐이었다.


무쇠솥에 손수 갓지은 여러가지 곡식밥과 김치에 물만 부어 참치든 꽁치든

통조림 한개만 넣었던 찌개가 그것들보다 훨씬 더 맛있는 걸 보면

역시나 나는 어디로보나 완전 촌놈인 것만은 확실타 시푸다.


내가 밥해서 둘이 같이 먹을 때

너무 맛있다고 활짝 으며 두공기 먹던 아주 오래 전 떠난 그년이 생각나서 쓸쓰란 저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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