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저녁이 있는 삶 본문
늦가을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해질녘의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손을 씻고 코를 푸고 양치를 하고 똥을 쌀 수 있는 시간은 즐겨하는 개운함이고...
저녁을 잃어버린 삶
5년 째 저녁을 버린 채 살았었구나
막연한 오년이라는 시간은 꽤나 긴 지루한 시간일 것 같은데
돌아보니 살 같이 빠르게 지나버렸다.
저녁이 없는 삶이라고 해서 낮이 끝난 후의 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을때는 지금처럼 느리고 여유를 가져도 되는시간이
모자라지도 목마르지도 않았지만
늘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없어 끝없이 갈구해지는 것에 애가 탄다.
미래따위 생각지 말고 살자 작심하고선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던 시간인데
꽤나 오래도록 잊어버리고 살았다.
요즘 들어서는 저녁시간이 자꾸 아쉬워진다.
그러다보니 새벽이 늦도록 미련스럽게 느긋해 하다가 아침을 힘들어 하고...
불면은 원래 잘 없고 무시해버리는 타입이라
잠 들지 않는 시간이 점점 더 새벽으로 깊어감에 깨어야할 아침이면
후회스러운 피곤이 나를 자책하곤 하는 날의 연속이다.
세상 여자들 누구든 내게서 전화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적 있는 사람 손 들어볼래?
물론 가족관계든 업무적일 경우 말고 말이야...
하도 전화를 싫어해서 거는 건 고사하고 받는 것도 잘 안 하고 살았다.
하긴 뭐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만...
전화로 무슨 말을 잘 하랴 싶기도 하고 끊기도 힘 들고
그래선지 내 전화는 모처럼 돌리면 상대방이 잘 안 받더라만
그게 다 내 탓일테고 좀처럼 걸지도 받지도 않으니 제때 되기나 하겠냐고...
그런 인간이다 보니 내게서 전화를 받는다는 건
대단씩이야 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의 성의를 표한 것이다.
전화벨이 울리는 것도 귀찮아 하는데
종종 가만 있을 땐 조용하던 전화가 꼭 똥 쌀 떄 아니면 받기 곤란할 때 울리곤 지랄이다.
요즘 시대가 그런지 광고성 권유전화가 태반이고
어차피 사람과의 연을 많이 단절한 채 살다 보니
미리 예단한 것이긴 해도 반가운(?)사람에게서 올 전화는 없을 것으로 믿어버려서이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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