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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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꽃 피면 뭐하노 그쟈?

까미l노 2017. 4. 11. 00:17

봄날이 오면은 뭐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봄날이 오면 뭐하노

나는 봄이 싫은데

만물이 소생한다지만 싫은 것들도 같이 소생하는걸...


난들 따뜻한 게 왜 싫을까만 따뜻하다 금방 더워지고 온갓 악취들이 떠다닐텐데...

태어나졌길 오뉴월에 태어나서 어릴 적엔 한여름을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고부턴 여름이 끔찍하게 싫다.


그 여름을 거쳐야만 쌀쌀해지는 가을이 오는거야 누가 모르겠냐

그냥 건너뛰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렇다고 매번 봄이 올 적마다

북쪽으로 북쪽  추운지방의 다른나라로 여행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주도는 습한 지역의 섬이라 한여름 내가 좋아하는 소낙비 쏟아지는 장마철도 싫다.

숲은 많은데 죄다 상록수 일색이라 활엽수도 낙엽수도 보기 쉽지 않다.


무릇 세상 모든 만물은 한 생을 살아내다가 때가 되면 시들고 소멸하거나

다시 태어날 거라면 서서히 잊혀져간 후 다시 소생하는 게 옳다 싶어서이다.

잉간이사 뭐 다시 태어날까 싶지만 그런들 다시 또 같은 곳 같은 모습도 아닐테지만...


사람은 한곳에 뿌리를 내리면 사고도 좁아지는 것 아닐까?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중독도 되고

타성에 젖게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해지는 건 아닌가 싶다.


항상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적인 세상은 싫지만

변하지 않는 스스로는 끔찍하다.

물론 성격이나 인간성이사 변해서야 쓰겠냐만...


환경변화에 곧잘 적응을 하는 편이라서인지 안온해지기만 바라는 현재의 무덤덤은 싫다.

게다가 내가 뭐 현재에 만족할만큼 삶이 괜찮은 것도 아니라서 말이지...


불만스러워서 변화를 바라는 건 아니잖은가 말이다.

이건 문명의 이기 속에서 편하게 살고는 있지만

이것저것 괴상한(?)것들을 자꾸 발명해내는 과학을 아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래서 원시인의 삶까지 동경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자꾸만 숲으로 산 속에서의 삶을 꿈 꾼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방출되는 나무 편백이고 진액이(엑기스라는 표현은 일본식이니까 사용치 말기를)뭉쳐있는

큰 가지의 겨드랑이 부분을 잘라 납작하게 갈았는데

생나무에서 나는 향기랑은 다르게 약간은 코가 매운듯한 향이 난다.




그다지 큰 가지가 아닌데도 진액이 단면 전체에 가득한 가지이다.

그늘에서 말리다 보면 계속해서 진액이 휘발하려 들면서 상처난 곳이나 바깥 테두리쪽으로 빠져 나온다.



숲으로 드는 내 작업실 입구 주변에 두릅들이 막 새순을 밀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내일 오전이면 새순들은 흔적도 없이 싹뚝 모가지 잘리고 없을 것이다.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면서 먹을만큼 되지도 않을 것을 싸구려 욕심으로 따버리는 잉간들 때문에...



그래도 참 고맙다.

해마다 미안하면서 말이다...


잉간들 탓하지 않고 봄이면 저렇게 새순을 올려주니 얼마나 예쁜가?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사람보다 나무의 새순이 더 아름답지...




새순을 채 올라오기도 전에 따 가는 잉간들은 그나마 좀 낫다.

아예 줄기 자체를 톱으로 무지막지하게 잘라가는 잉간들도 있는데

두릅이 하도 씩씩하고 착해서 가지 중간을 잘라 아무데나 푹 박아두면 살아나는 게 문제다...



작년에 버려진 들판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던 머위를 화단에다 옯겨 심었었는데

화단 공사를 하면서 죄다 파묻혀버려 사라진 줄로만 알았었는데

이 봄에 새싹들이 줄지어 올라오더니 어느새 커다란 꽃대랑 잎사귀들이 나왔다.


나중에 된장국이랑 머위쌈을 싸먹어봐야겠다.




어린이날을 위해 만든 모빌이다.

순수 자연물로만 만들었는데 편백나비 잠자리 매미 코스모스 해바라기 들극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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