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실패한 이별 본문
지랄도 가지가지다만
세월이 지나서 명확해지길래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내가 했던 사랑은 다 소중했었다만 이별은 몽땅 실패였노라고....
사랑에 무슨 성공이며 실패가 있으랴만
여러 번 사랑을 했었고 지금은 사랑하던 사람들과 헤어진 상태이므로....
비록 영원히 사랑하며 사는 것에는 실패를(?) 했었지만
헤어질 때 악다구니를 하거나 다툰 일은 없었기에 성공한(?)이별을 했었다고 믿었다.
책 속의 책을 읽다가 내가 했었던 이별마다 곱씹어 봤더니
진실한 이별이라는 게 있고 비겁한 이별이 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았다.
내가 했었던 성공한 이별은 실패한 이별이었으며 비겁하기까지 했었던 이별이었다.
사랑하던 사람끼리 어떘었는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보는 시도와
헤어지기 전에 서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서로를 경험했는지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진 것과 실패한 것이 무엇인지가 제대로 없었다.
하기사 심지어 둘이 마주 앉아
우리 이러이러하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 라는 협상조차(?)없었다.
단 한 번 내가 먼저 이러저러하니 우리 그만 헤어지자는 이별을 하기는 했었다만
나를 떠났던 여자들은 주로 내가 먼저 이별을 입 밖에 낼까봐
두렵거나 창피하거나 자존심 상해서 였는지 서둘러 안녕도 없는 이별을 했었다.
이별은 자기 자신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의 편에 서는 것이리라,
부조화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용기와 불가능했던 것을 인정하는 것
이에 반해 과거를 금빛 광채로 빛나게 하고
어두웠던 일은 지우는 미화가 비겁한 이별이었을테지....
그래서 어두운 면이 두드러지는 모습 속의 자기 자신을 인정할 때보다
더 많을 것을 잃어버리게 되고....
-- 책 속의 책에 빠진 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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