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사소한 행복 본문
행복?
비누로 박박 문질러 따뜻한 물에 오랫동안 손을 씻으며
코 속으로 물을 넣어 팽 풀고 양치를 하고 똥을 누고 비데를 사용하고 나면 참 행복해진다.
따뜻한 물로 비데까지 했으니 똥꼬도 쉬원하고
콧 속도 뻥 뚫린 것 같고 양치를 하면 입안도 개운하고 속을 다 비우니 뱃속까지 홀가분해져서 좋다.
행복이 별건가?
극히 일상의 사소한 짓거리들이지만 이런 게 뭐 내 행복이다.
나도 오늘 낮에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올라탔다.
프라두를 생각하며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떠났던
고리타분한 고교 고전문헌학 샘이 갔던 길을 따라서...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말고 홀연히 사라지듯 떠난 문두스가(그레고리스) 갔던 길을 따라서 나도 갔다.
(그의 성이 나처럼 지랄같은 문가는 아니다만 라틴어로 세계 우주 하늘 등을 가르킨다는 뜻이란다)
그가 헌 책방 주인에게서 선물로 받은 포르투게스가 쓴 책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디로 가든 당신도 야간열차를 타야 할 때가 온다.
당신은 어떤 장소를 떠나면서 당신의 일부분을 남긴다.
떠나더라도 당신은 반드시 그곳에 남는다.
낮선 정거장의 플랫폼에 발을 딛고 역사에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당신은 겉으로만 먼 곳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마음 속 외딴 곳에 왔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 먼곳을 돌아 다시 찾아왔을 때
당신이 발견한 것은 이미 예전의 당신이 아닌 당신일 것이다.-
궁금해지는 건 좋은 것 아닌가?
게다가 그 궁금함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면....
북한 김가 일족 놈들이랑 중공놈들만 아니었으면 부산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리스본까지 갈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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