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리스본행 야간열차 본문
스위스의 어느 도시 움직이는 고전문헌학의 명교사 문두스가(그레고리우스)학교로 출근하기 위해 건너는 다리 위
폭풍우가 몰아치는 다리 난간에 한 여성이 난간에 기대어 편지같은 종이를 펼쳐들고 읽고있다.
그레고리스가 가까이 다가갈 때 종이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비에 젖어 창백해진 얼굴에 분노가 이는 듯해 보였고 난간 위로 팔을 뻗치는 순간 발뒤꿈치가 신발에서 미끄러졌다.
그레고리스는 순간적으로 그녀가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겠구나! 짐작하고서
내던진 우산이 다리 난간 위로 날아가고 그답지 않게 욕설을 내뱉으면서 가방의 책들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버렸다.
그녀는 몇초동안 무표정하게 비에 젖는 책을 쳐다보다가
외투주머니에서 사인펜을 꺼내더니 그레고리스우의 이마에다 숫자를 몇개 적는다.
"죄송해요."
"이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종이가 없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손에도 전화번호를 적는다.
키르헨팰트 다리 위에서 만났던 그 여자로 인해
평생을 한 학교에서 고리타분한 모습으로 저명한 고전문헌학의 대가로 재직하던 그레고리우스가
수업 도중 학교를 빠져나와 스위스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기 위해 사라진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내용도 아니고 추리소설도 아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밖에 없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그런 내용도 없는 편이다.
그는 성급한 사람도 아니고
평생 일탈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을 사람으로 주변 누구나 다 일 수 있을 서당 훈장 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 들어가서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 올라탔던 것은
문두스처럼 나역시 꼭 그런 식의 길을 따라갔을 것 같아서이다.
서두르는 법 없이 가끔은 뒤를 돌아 안온한 쉼터였던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각도 하면서...
찾아야만 될 사람이 아닌 사람을 찾아 가는 길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사람임을 알면서 그가 살아낸 흔적을 찾아 떠난다.
아직 나는 리스본에서 그레고리우스의 이마에 전화번호를 쓴 여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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