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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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풍경소리 가람 바당바람

까미l노 2017. 2. 2. 22:45


세상에는 없는 유일무이 하다거나 세계에서 제일 처음이라는 것

내게 그딴 게 있었을 택이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살아오다가 가끔 생각되는 게 왜 내가 해 보려던 걸 저 사람이 먼저 알고 해버렸을까?


아, 내가 저런 글을 좀 더 멋지게 표현하려고 노심초사 끙끙거렸었는데 누가 벌써 휘리릭 갈겨버렸네....

그건 순전히 내가 글쟁이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어서였다는 변명은 않는다만

비단 글 뿐이었겠는가 그림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다.


모방도 창작이고 예술이라지만

잘못 했다가는 택도 음는 저작권 침해니 뭐니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거든....


아무도 몰랐던 길을 내가 맨 처음 걸어가 보는 황홀감 두려움 설레임

그렇다고 누구보다 먼저 최초로 어떤 산 정상을 밟는다는 그런 성취감엔 관심조차 없다.


암튼 그래서인지 내 창작력은 영 별로인 게 맞다 싶다....



세상에 없는 내 집 하나 짓는다.

모양도 크기도 일정치 않는 돌과 나무에다 황토를 이겨 바른 벽에 뾰족지붕으로

뒤뜰에 높고 큰 벽돌굴뚝에서 연기가 올라가는 쪼그려 앉으면 더 없이 따뜻해지는 아궁이를 만들고


뒷산에 올라 마른 낙엽 솔방울 솔갱이 삭정이 줍는 재미가 솔솔해지게 무쇠난로도 거실에다 만들어

옥수수랑 감자 고구마를 늘 구워먹으며 잡다한 것들 마구 집어 넣어 태우는 연기냄새를 맡을 수 있게


솔방울을 태우면 관솔 냄새가 나고 벌겋게 달아오르며 타는 솔방울의 날개를 보는 그 따스한 황홀

쌓여져 이고있는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진 소나무 가지의 생 솔갱이 태울 때 나는 연기와 냄새

바자작거리며 타는 그 예쁜 소리 무거워 들지 않고 밀어서 열 때 가마솥 뚜껑이 주는 그 소리

크고 깊고 넓어 절대 넘치는 것이 없는 가마솥의 넉넉한 품 


사각사각

바르르

댕그렁 댕그렁

종이도 연필도 만년필도 매끄러운 것 보다 그런 맘에 드는 거친 소리가 나는 종이바닥과 흑심과 펜촉이 좋지

결바람에 떠는 문풍지 소리 추녀 끝에 맹글어 달아둔 제멋대로의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풍경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모르지 뭐,


어릴적 호롱불 잘못 건드려 방문 창호지 홀랑 태워 먹으면서

나중에 크면 고운 한지 빳빳하게 풀 먹여 창호지 멋지게 만들어 볼거라 그랬는데....


나 지금 집 지으면 참 예쁜집 지을 수 있을텐데

나 지금 집 만들면 꽤 괜찮게 꾸밀텐데


밖에서 보면 돌로 흙으로 만들어진 집이고

안에서 보면 온통 나무로 된 작은 그렇고 그런 집

처마 아래 벽이란 벽엔 온통 장작으로 둘러쌓여진

방처럼 거실처럼 그냥 넓직한 공간에 한낮 온종일 햇살이 들어올 뒤따 큼지막한 유리창

부엌 화장실 화목난로 그리고 뾰족지붕 아래 작은 다락방이 전부인

첩첩산중 하늘금들이 다 보여지는 작은 언덕 위에다 말이지....


사각사각거리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 글씨를 그렇게 빠르게 쓰는 습성이 베어버렸던 것일까?

손가락이 아프도록 눌러 썼던 이유가 사각거리는 그 소리를 들을려던 것이었을까?


아직까지 마음에 쏙 드는 연필을 못 만났고

여태껏 맘에 숨길 만년필을 못 찾았고

아무리 찾아봐도 내 마음에 보물같은 원고지를 못만났다.


색상도 디자인도 크기조차 여태 이거다 할만한 모자를 못찾았고

아끼고 아껴 신어 신발코며 뒷굽이 다 닳아도 아낄 그런 신발을 못 찾았고

30년도 더 지난 옷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냥 버리지 못해서일 뿐 아, 이옷이다 할 그런 옷도 못 찾았다.


그러니 아, 정말. 이 사람이다 할 그런 사람조차 내 곁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