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세상에는 없는 내꺼 본문

측은지심

세상에는 없는 내꺼

까미l노 2017. 1. 20. 00:03



두렵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두려움을 억누르면서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다다를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언제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물위의 길

아버지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을 것이다.

치밀어오르는 쓸쓸함일까....

 

렇다면 나는 지금의 나는 무엇에 쫓기고 있는 것일까?

(사기사와 메구무의 '달리는 소년'일부)


''' "가끔 외롭다고 말하거나 심지어는 유혹을 해도 사람들은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물론 저한테는 외롭다는 말도 하지 않고요.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되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영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 지나치게 완벽해 보여서 그럴 겁니다. 

또 지나치게 고유하고요."


그녀는 삭막한 표정으로 소리없이 웃었다.


"그토록 치명적인 말을 그토록 다정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 "이름이나 한번 붙여줘 봐요."


영빈은 즉시 대답했다.

 

"나 비"


"너무 무성의해요."


 "그럼 유채라고 해. 딸을 낳으면 붙여주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먼저 가로채가는군.


"유채,라고 해연이 혼잣말로 우물거렸다. "괜찮은데요."


 

 --윤 대녕--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중에서


  



애초부터 세상에는 내것이 전혀 없었던 것일까?

단 한 번도 단 한 가지도 내것은 없었으며 내가 만들지도 않았었거나 가졌던 적도 없었을까?


아내라는 호칭의 대상은 소유하는 것은 아니라서 내꺼 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짜든동 내 것은 없고 나에겐 위에도 아래로도 아무도 없으니 그마저도 세상엔 내것이 없구나....


그넘의 뿌리라는 것도 싫어 호적입네 지랄이네 따지는 것 질색이니

세상에 사고무친이니 그나마 다행이다만 그래도 둘러보메 내것이 없다는 것은 참 허전하기도 한 거구나....


책이 없다.

없어진 것인지 없애버린 것인지 나보다 책을 더 좋아했던 그 옛적 같이 살던 그 마누라가 가져갔던 것일까?


간만에 구효서씨가 발표한 소설을 발견했다.


'풍경소리'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오래 전 썼던 책 내용의 말미가 늘 생각나곤 하는데

남녀가 둘이 호텔에서 자고난 아침 세수를 하고있는 남자에게


"소변을 조금 받아놓고 나오세요"

그랬다.


남자는 무슨 검사라도 하려나 싶었지만 별 생각없이 조그만 용기에 소변을 조금 받아놓고 나온다.


둘이 팔짱을 끼고 호텔을 빠져나가다가 남자가 묻는다.


"참, 아까 소변 받아두라 그랬는데 뭐할려고 그랬어?"


"아, 그거 제가 마셨어요,"


글의 끝이었는데 더 이상의 아무런 이유나 설명도 없었다. 


약간은 충격적이기도 했었고 나로서는 내용이 신선하기도(?) 했었지만

여태 내가 읽었던 책 가운데 몇 줄 되지 않게 기억하는 잊혀지지 않는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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