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본문

측은지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까미l노 2016. 12. 21. 23:06


                                                                                                편백나무의 단면

                                                            가운데 붉은 부분은 흔히 말하는 피톤치드의 덩어리인 진액이 뭉쳐있는 모습이다.


                                                              공기중에 노출되면 향이 퍼져 나가는데 세상 그 어떤 냄새도 따라올 수 없는데

                                                                     향기롭고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향을 분출한다.

                                                    

                                           껍질 부분에 편백진액이 몽글몽글 뭉쳐 마치 송진이 보석처럼 맑게 뭉쳐진 구슬같은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송진은 오래될수록 단단하게 뭉쳐져 수백년이 흐르면 보석인 호박으로 변한다는데 편백은 공기중에 날아가버리는 수용성질을 가졌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만나서 사랑씩이나 하게 된다는 일이 생겨진다면

노랫말처름이나 참 쓸쓸한 일일까?


밀당(?)도 해야 되고 설왕설래랑 적당하게 조심하면서 진도를 조절하고

또 다시 스스로를 상대에게 알려야 할텐데 숨길 건 숨기고

세상에 하기 싫은 말의 표현 가운데 솔직히 라는 말이 있다만

솔직하게 까발릴 건 또 죄 다 까발려야 하는 게 쓸쓸해서일까?


예전엔 이렇게 저렇게 나가다 실패(?)했으니까

이번에는 요리 조리 잘 피해서 조절을 잘 해야지 라는...


그래도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참 쓸쓸보다야 참 설레는 일은 아닐까?

맘 다잡아 먹기가 쉽진 않지만....


 

                                     작업실겸 사무실로 사용하는 곳인데 늘 편백나무향에 취해 비 내리는 오늘은 아예 몽환적이 되어간다.

                                                                             책상앞 유리창으로 숲길을 내다본다.


                                                                                                나무를 만진다는 것

                                                          좋은 표현으로는 죽은 나무에게 영혼을 입힌다고 하지만 그렇게 거창 유창한 건 아니고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깍고 잘라 다듬어서 시쳇말로 예쁜 것들을 만드는 작업이다.


                                                                  아직 전시를 하는 것고 판매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한개 한개를 만들 때마다

                                                                         스스로가 탄복을(?) 하는 것을 보면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우드버닝이라고 인두를 편백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하고

이것들이 어디 흔하디 흔한 일이라고 하찮다 아무렇게나 대충 할일이던가


사람인데 사람을 잘 못 만나고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신나고 즐겁고 뿌듯하고 가슴 벅차고

세상이 온통 분홍빛일진데 지금 안 하고 있고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다 믿고사는 밥인데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형편이고

가장 평화롭고 안온한 잠일진데 그마저도 옅은 잠을 자기 일쑤라...


열심힌 거 단 한가지 있네 ,

죽자살자 일만 열심히 하는 지금이구나....




밥을 한다.

편백나무를 다듬을 땐 세상 어떤 여성의 향수로도 화장품으로도 낼 수 없는 향기로운 향이 난다.


밥 익는 냄새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해서 고마운 냄새다

뜸 들 때 나는 소리는 시골집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은 추운 겨울

솔가지며 삭정이 집어 넣을 때 나는 소리만큼 황홀하게 들린다.


뚜껑 사이로 퍼져 나오는 모락모락한 김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증기 찜이다.

밥 푸다가 바닥에 흘린 밥알갱이는 줏어 먹어도 참 맛있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누룽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외국인들의 표현처럼 한 번 더 씻어 먹어도 맛있다.

마른 누룽지 씹어먹는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고소한 소리다....


와라~

와라~

내가 밥도 해주고 누룽지도 끓여주고 빨래도 해주고 설거지도 하마~

오기나 해라....


어딜?

누구에게 하는 소린고?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일이 참 쓸쓸할 일일까?


다시 또 이 나라에 정치가라는 눔들 가운데에서 대똥을 선택해야 하고

구케이원을 뽑아야 되는 일만큼이나 쓸쓸할라고....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결  (0) 2016.12.29
실망하는 세상 기특한 할배  (0) 2016.12.26
믿음  (0) 2016.12.21
같이 한(산)다는 것은  (0) 2016.12.17
반항과 원망 그리고 감사  (0) 2016.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