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반항과 원망 그리고 감사 본문
철이 들기 전까진 언제나 불만 투성이의 반항기질만 있었다.
철이 들었던 게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른이 되고서도 한참 후일 것 같다.
눈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불만 투성이었다.
나는 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며 부모는 왜 나를 이해해주지도 않거니와
나를 위한 아무런 것도 준비되거나 밀어주려는(?) 것이 없이 공부타령 뿐이었는지....
공부는 왜 그리 열심히 해야만 하는 것인지
오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만 좋아했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뜻도 모른 채 그냥 삶의회의 인생무상 따위의 말만 좋아했었다.
굵고 짧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변덕스러워진 것인지
삶이 그냥 감사하게 느껴진다.
사지 멀쩡하게 건강한 신체로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쌓아둔 건 없어도 나 보다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잘 알고
오래도록 일 할 수 있는 나름의 능력에도 감사해지고
세상 밖으로 나가봤더니 이땅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하고 있는 일 만지고 있는 것들에
하루 해가 짧게 지나는 것이 아쉬운 것을 보면 감사해야만 할 것 같음이다.
친구들이 김장을 담아서 좀 먹어보라고 보내주니 감사하고
내가 만든 것들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것들에도 감사하고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다 감사하고 감사한데 다만,
조금은 안타깝고 성급해지는 것은 시간이 살 같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지금 난 여행을 하고 있지를 않고 일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장롱 위 낡은 배낭엔 먼지가 쌓이고
카메라와 렌즈는 외롭게 가방 속 어둠에 쳐박혀있고
버너와 침낭도 언제 돌보았던지 기억에 감감하다.
손 잡고 갈 사람이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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