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실망하는 세상 기특한 할배 본문
추워서였을까?
아직은 새끼인 것 같은데 제대로 날지를 못한다.
무얼 줘야할지 가진 게 마땅치도 않아서 밥알을 줘봐도 먹지는 않고
연신 불안한 눈알만 굴리며 두리번거리고 있다.
나 떠나고 추워 얼어죽지는 말았으면 한다.
실망했던 세상
누구나 한번쯤은 실망했던 세상을
그래도 달래가며 살아가는 것은 기특하다.
어지러운 틈새로 봄이 순회처럼 들어오면
꾀꼬리 걱정을 하고
나뭇잎이 푸르르면 내 몸매도
유월로 차리던 사람
일시불을 꺼내주며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살라고 졸라도
살아가기 막막한 때가 있겠지만
월부를 꼬박꼬박 치르며
끝까지 살아가는 것을 보면
사람은 기특하다
그 누구의 노예로도 남아있길 부정하며
모르는 사이에 노예로도 살고
그 누구의 그리움에도 한번은 미쳐살며
하루에도 몇번씩
그리운 표정을 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남이 보기엔 쓸모없는 누구일망정
옷깃을 여미며 꽂꽂이 예절을
바로 세워놓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생활이 하도 쓸쓸해서
시간을 피해 나와 서성거리다가도
다시 그 생활로 되돌아 가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이생진
아침가리 계곡 캐녀닝
이런 세상엘 살아가면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도 않고 제제도 없고 따로이 하라 하지말라는 규칙도 없이 살 수 있다면...
법 같은 게 필요도 없이 그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어무리 많은 손해 불편이 있다해도 난 그렇게 그런 세상을 살고 싶다.
그런말이 있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전혀야 없겠냐만 그닥 수긍하는 사람도 없을테지?
맞는 말이잖아?
세상 어느나라를 가 봐도 하는 일에 귀천이 없는 곳이 어디 있을라고?
다만,
대한민국은 유달리 대가리 쓰며 책상머리 앉아 일하는 사람보다
흙 만지고 바깥에서 다리품 팔아가며 발로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천대를 받는 곳임은 틀림없지....
가방 끈이 짧다는 말도 하지?
대학은 학문을 위해 가야하는데 졸업장이 기술보다 50점 더 먹고 들어가는 나라니 뭐 어쩌랴,
직업에 귀천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인가 하기 싫은 일인가 해낼 수 있는 일인가 해내지 못할 일인가 라고 해야겠지?
책상머리 앉아서 대가리 굴리는 놈들의 일과
손으로 발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일은 서로가 바꾸어서는 할 수가 없다.
다만 각자가 애초 선택을 그렇게들 했을 뿐
서로의 일을 바꿔서 하라고 한다면 죽어라(?)싫어할 것임은 틀립 없을테고....
그런데도 여전히 세상은 손발로 먹고 사는 사람들과
대가리 굴려가며 먹고 사는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영원히 그럴것일까?
경남 진주에 있는 조그만 빵집(수복빵집)
처음 내가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이 중학교 때니까 45년도 더 넘었겠다.
교복 입은 채 여학생과 마주 앉아 빵 먹으며 데이트 할 수 있는 훈육주임샘도 인정해 주는 그런 착한(?)빵집이었다.
꿀빵 찐빵 라면 팥빙수 찹쌀떡을 파는데 늦게 가면 동이 나서 없는 곳이고 의자며 주전자며 모든 것이 옛날식 그대로인 곳
불친절해서가 아닌 인사는 전혀 않는 주인아저씨 모 방속국에서 촐영을 하러왔는데 불필요 하다며 단박에 거절한 아자씨
배고픈 겨울만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뜨거운 팥물 부어주는 찐빵
내가 하는 일은 귀천으로 따질(?) 직업은 아니다.
때론 대가리도 글려가며 일을 하고
떄로는 손발을 움직여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흔히 하는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강의 비스무리한 일이기도 하고
손 다쳐가며 나무를 만지기도 하고 곤충과 꽃을 살피고 땀 삐질거리며 산꼭데기며 숲길을 거닐기도 한다.
보는 시각 느끼는 마음에 따라 대가리 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손발 고생시키는 노동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나 아주 많이 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나만 원한다면 언제까지든 이 일을 할 수 있으니 늙으막에 가진 직업 치곤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런 타입 아니었거늘 어찌어찌 하다보니 자격증 두어 개 만들어 둔 게 그나마 다행이자 싶어지는 게
다른 사람에게 강의 같은 걸 할려면 잔대가리 열심히 굴려 공부도 해야하고
노동의 참맛을 알만큼만이라서 힘에 겨운 일 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 해야할런지....
꼼꼼한 성격 탓으로 인해(?)온 세상을 떠돌아 다니다가 문득....그랬었다.
혹 오래 살게되면 어쩌지?
그야말로 큰 일 아닌가?
믿을 구석 하나 없는데 혼자 오래 살아 어쩔려고?
스스로 그만 짜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궁리 끝에 만든 게 이 짓거리들이었는데
세상에 와서 내가 참 잘했다 싶은 일 좀처럼 없는데 이건 참 잘한 것 같다.
귀천으로 따질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세상에 성공한 내 또래의 할배들에 비하면
그닥 쌈박한 일은 아닌 것도 같다.
상원사 뒤 옛길따라 홍천 내면 명개리로 넘어가는 길에서
사진이라는 게 있다.
이런 사진 저런 그림 등...
만약 야한(?)사진이 있다 치자
여자들은 그런 것 봐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아니면 아예 지저분하다고(?)거들떠 보지도 않을까?
궁금할 것 까진 아니고....
왜 그러잖아? 남자들만 그런 걸 보는 것처럼 알려져 있으니까 말이다.
저 손을 보고 야릇한 상상을 하면 나도 지저분이나 추하거나 변태스러운 것일까?
여자를 안아본 지 꽤 오래되어 이러는 것이긴 하다만....
참 이상은 하다.
못 참을 정도(?)이면서도 참고 살아가는 것도 신기하고(?)
기회가(?)있어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더 참고 지내보기로 하고 살아가는 게....
철 없는 호래비라 점점 더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여자의 맨살에 닿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 것인지 이거야 원....
내가 외로워 가는게 아니라
외로워할 그댈위해 가는거라고 ..
그렇게 우린 늘
자신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그런 날이어도 좋고
아닌 날이어도 좋고
그렇게
달려갈 어느 한사람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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