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외롭고 쓸쓸해지는 건 본문
외롭고 쓸쓸해지는 건 욕심이(?)많아서이다.
가진 게 많아서라는 게 아니라 주려는 마음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서 베풀고 나누라는 것도 아니라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따뜻함이 줄어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파는 곳도 없지만 세상에서는 살 수 없는 그 무엇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
풍요롭고 부자인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나눔과 봉사를 하는 사람들 왜 없겠냐만
가진 걸 지키려는 애착이 강해지기에 더 외로워지는 것이다.
궤변이긴 하지만 가난해서 없는 사람은 외롭거나 쓸쓸할 여유가(?)없다 단지 조금 불편스럽거나 몸이 추울 뿐,
늦은 가을이 되면 내 주변을 돌아다 보곤 한다.
이걸 줄까?
저것도 줘 버릴까?
조금은 귀한(?)것이라서 더 아껴둔 채 간직한다.
그럴 때면 이내 외로움과 쓸쓸함이 몰려온다.
세간살이랄 건 별로 없다만
손으로 만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니 집은 비좁아지고 몸은 무거워진다.
감동까지야 바라겠냐만 가끔은 황홀한 표정으로 받아들던 사람도 있다.
내 손을 다쳐가면서 만든 영혼들이라서 아끼고 간직하는 것들이지만
가끔 뭉텅뭉텅 집어주는 선물을(?)한다.
그럴 땐 전혀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거니와 마음이 푸근해지곤 한다.
걷다가 지치면
걷다가 배 고플 때면
걷다가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걷다가 힘 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걷다가 보는 마을의 풍경이 너무도 온화한 평화로음이 느껴지는 곳에 도착하게 되면
그냥 오늘은 거기서 멈춘다.
여기까지만 걷고 몸도 마음도 하루를 온통 다 내려 놓는다.
예쁘고 잘 생기고 날씬한 사람보다 아름답고 건강한 미소를 가진 사람이 좋다.
하루종일 걸어온 헤진 신발이라도
젖은 양말이며 속옷이 걸쳐진 낡은 배낭도
땀내 나는 머릿결도 참 아름답고 예뻐 보여진다.
뭐라도 주고 싶고 다정하게 해 주고 싶어지는 괜한 상상을 하곤 한다.
세상 밖 지도 밖으로
먼 외국땅으로 나가보렴,
불평 불만이던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알게 된다.
단지 눈에 익숙치 않은 풍경들 낮 선 거리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맘껏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세상 그 어디에도 대한민국만큼 한국사람에게 좋은 살 곳은 없다.
나만큼이나 불평 불만 가득했던 한국인도 드물었을 것인데도 말이다...
땅 덩어리가 작고 삼면이 바다에 둘러쌓여서일까 수평선은 있어도 지평선은 볼 수 없는 나라에 살아서일까?
가도 가도 끝이 나타나지 않는 흙길인 신작로
당연히 하루종일 자동차도 보기 어렵고 다니지 않던 길이다.
고갯마루 넘어면 마을일까
저 모퉁이만 돌아서면 카페가 있을까
지친 나그네 목 축이고 오늘밤 고단한 내 몸 누일 수도원이 있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걷고 또 걷는 길
나를 보는 내 뒤의 순례자도 내 모습은 작은 개미같아 보일 것이고
내가 바라보며 내 앞을 걸어간 저 나그네의 모습도 작은 점 같이만 느껴진다.
무엇을 주고 싶어지는 마음
누구에겐가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한 없이 걷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지금 외롭고 쓸쓸해진 게 맞는 것이다.
세상살이
이도 저도 욕심만큼 희망대로 안 되고 앞이 캄캄해지면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언제나 삶은 나를 속이는 것이 맞는 것임을 알고
작은 배낭 하나 둘러메고 길 위에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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