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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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내 속의 악마는 아무것이나 유혹하지 않는다

까미l노 2016. 7. 27. 14:33

 

                                                       자세히 들여다 보지않으면 알 수 없는 제주광나무의 작은 꽃잎들



그땐 그랬었다.

값만(?) 맞으면 팔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랬었다.

내 영혼 말이야,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어떤 것인지는 알 길 없었지만....

 


그 흔한 교통사고조차 일어나지 않는 따분한 일상이 지루하다고(?)

상상하지도 않았던 사고를(?)저지르는 순둥이 같은 여자 이야기도 들었다만

세상 일이라는 게 원래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도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대단한 일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저지른 사고라는 게 무슨 사건 사고를 뜻하는 게 아니라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생각한 일탈을 저지른다는 것일 뿐,


                                                돌아섰다 금새 또 이름을 잊어버린 대형 접시만한 버섯


요행이나 행운을 그다지 바라는 타입은 아니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그딴 걸 믿기엔 내 귀는 지나치게 두껍지 절대 얇지가 않아서일게다.


복권이라는 걸 가끔은 사보기도 하는데 어디다 두고선 추첨일이 지났는데도

한참을 잊어버리는 걸 보면 별 기대도 하지 않고 분명 당첨도 안 되었을텐데 괜한 기대 후의 실망도 싫고...


신이니 뭐니 믿고 안 믿고 있다 없다조차 생각하기도 귀찮고

무심한 내 의식엔 종교는 좋은 면 보다 나쁜(?)모습들이 더 눈에 뜨여

요즘의 세상사엔 차라리 종교가 없는 게 모든 사람들을 더 선한 세상으로 만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난 세상사 뭐든 가급적이면 남은 들먹이지도 말고 참견도 말 것이며 남탓은 더더욱 말 것이며

옳네 그러네 의견조차 피력 말자는 생각인데 필연코 따르는 엄한 피해도 싫어서이다...  


                                                                             예쁘고 앙증맞은 벌개미치 꽃                                                         


                                                        잎의 증산작용을 볼 수 있는 이른 아침 숲 속의 일액현상


악마는 아무나 유혹을 하지 않는 게 맞는갑다.

될 놈 안 될놈 골라 유혹을 하지 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년놈들은 거들떠도 아니 본다 싶어서이다.

그러기에 여태 나는 단 한 번도 악마로부터 아무런 유혹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게지...


지지리 못난 세상을 살고 있다고 투정하는 년놈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그런 황홀한(?) 경험은 못해봤다고 답할 것이다.

악마의 유혹이 각자의 생각하기에 따라 찰나간이든 잠시든 꽤 오랜 달콤함이 됐든 받아봐야 알기나 할테지...


한 때는 내 영혼도 좀 사갔으면 하고 바랬다가 싸구려 어떤 류의 악마 나부랑이도 찾아오지를 않아서 관두라고 거둬들여버렸었다.

이제는 내가 악마가 되어 스스로를 유혹하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음흉한 유혹으로 자꾸만 채찍질을 하면서...


조금만 더 버티어내라고

그러면 곧 달콤한 날이 오리라면서 서서히 사멸해 가는 내 영혼에 미약하나마 조금씩 유혹의 부채질을 한다. 

스스로  악마가 되어 나 자신을 유혹하는 이게 치명적인 중독이 된다.




사실 뭐 내가 그닥 큰 요행이나 행운을 바라는 것도 대단한 꿈을 품고 사는 것도 아닌데

그깟 유혹에 젖어 살든 중독쯤 된들 그게 뭐 대순가...


철 있고 없고 들고 안 들고의 철학조차 무의미했던 시기엔 이만큼까지나(?) 살아 있으리라는 끔찍한(?)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별스런 추억도 없고 회한도 아닌데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어떤 나이 때 어떤 모습으로 살았었는지를...


지금 내 속에 내가 키우는 나의 악마는 나더러 내년 겨울까지는 더 살아내라고 유혹을 한다.

열심히도 아니고 성실히도 아닌 그냥 버티면 될 거라는 무심한 삶의 살이에 중독을 시킨다.


나는 하루살이처럼 하루 하루를 허허실실로 살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하루살이는 아니다.

나도 억울한 게 있고 보상 받고 싶은 것도 있어서이지만 그렇다손 그게 나 아닌 다른 누구 때문이라면서

탓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무엇이든 억울한 댓가를 받아내야 할 그 무엇도 없다.


스스로가 나를 부추겼고 중독을 시켰으며 괴롭히며 살아왔고

내 스스로 유혹했고 때로는  방치했던 내 삶이며 모든 게 다 내 몫으로 남아있고 내 탓일 뿐,


정말로 흐리멍텅하고 무의미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도 다행인 것은 내 속의 악마가 활발하게 꿈틀대며 끊임없이 나를 유혹 해준다.


처음이자 마지막까지 남은 거라곤 오로지 그 뿐인 포기하고 줄인 내 버킷리스트의 소박한 소망

내 속의 악마는 언제나 나에게 이런다

어때? 

그것이라면 유혹에도 중독에도 행복하게 풍덩 빠질만하지 않냐고 다둑인다.


스스로이든 타의에 의해서이든 하나 둘 포기하고 버리면서 꼭 붙잡고 살아가는 게 내 삶의 이유...목적...희망

이건 절대 나를 흐망하게 만들지 않기에 나는 오늘도 내 속의 악마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부러졌던 것일까? 휘어졌던 것일까?

                                           누워서 기어서 살아나서 다시 일어서 거대하게 살아가는 삼나무



                                                             삼나무 오형제 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아니면 왼쪽 제일 굵은 아빠나무와 그 곁의 엄마 나무 그리고 열심히 자라고 있는 삼나무 삼형제 라고 하는 게 어울릴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삼나무 가족이라는 이름이 어울릴까?



                                                두 손 꼭 맞잡은 채 결코 싸우거나 헤어지거나 떨어질 리 없이 살아갈 부부 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