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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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건조하거나 싱거운 유머감각

까미l노 2016. 7. 22. 00:00



물건을 자주 바꾸려는 타입은 아니다만 새것을 그닥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오래 곁에 두고 애지중지 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인데 사람을 대할 때도 비슷했지 싶다.


사람에게 쉽게 싫증내고 뭐 그런뜻이 아니라 

조직이나 단체생활 같은 남성들만의 문화에도 곧잘 적응하고

동료들과의 사이도 꽤 괜찮은 편이었지만 특별히 친하여 오래 만나지는 않거니와

끈끈한 사이로 계속 연락하지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뜻밖의 자리에서 만나도 그냥 반갑기만 하다가 만다.


최근 35년 전의 군생활 당시의 동료를 우연히 만나게 됐었는데

나는 그의 눈빛과 미소를 보고서 단박에 알아봤지만 그는 전혀 나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다만 그러면서도 조금은 의아해서 망설이며 누구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었던 이유는

기억했던 그 당시보다 키가 좀 더 큰 듯해서 자신이 조금 없기는 했었을 뿐이었다.


이처럼 나는 아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먼저 발견하는 게 좋고 종종 그러하기도 하는데

외면을 하든 잠시 반기든 내가 먼저 선택을 할 수가 있음이 편해서이다.


내가 그를 알아보자 그와 그의 부인되는 사람은 많이 놀라워했었는데

내 눈에는 그의 선하디 선했던 눈빛과 미소가 그때 그모습 그대로 온전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찌어찌 하다가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는 카투사로 복무를 하게 됐었는데

그는 나보다 서너달 일찍 입대를 했었던 선임이었지만 졸병들에게는 천사같은 고참이었던 것이다.


내가 35년 전의 얼굴을 기억할 수었던 이유이기야 했을까만은

그는 언제나 시한폭탄 같이 군생활을 하던 나 때문에 몇몇 선한 고참들과 함께 피해 아닌 피해를 많이 당했었지만

여타의 군대 선임이라는 고질적인 병페로 잘 알려진 고참 행세를 전혀 하지 않았거니와 

외출하고 귀대할 때면 시집을 선물해 주기도 했는데 그떄 사준 소월시집을 기억하고서

집에 돌아와 찾아봤지만 그 시집이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업무중이었고 그는 가족들과 여행중이었는데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도 주고 받았지만 그후로 그도 나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살고있다.


그도 어쩌면 나랑 같은 식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향을 가졌을까 

이미 어느만큼의 서먹함이 자리해버렸기에 스스로 다시 연락을 하거나 만남을 지속하고 그러진 않는다는 것 말이다...                                                                        

        


모 여류작가가 쓴 글의 주인공이 하는 독백을 읽었는데

메뉴얼대로 사는 사람이 갖기 마련인 정돈됨 때문에 어딘가 규격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을테고

하물며 낙제생이나 다를 바 없었던 학창시절이었는데도 어른이 된 이후로

종종 범생이었을 것 같고 교과서적으로 사는 사람 같다는 소릴 들었음에랴...


그랬으면서도 그 규칙성과 건조함에 싱겁고 때론 썰렁한 유머감각이 보태질 때면

유능하고 담백한 성격이라면서 여자들의 호감을 사기도 했었는데 혼자 살면서 애인이 있다가도 없다가도를 자주 했었다...



청소년기를 넘길 때만큼이나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한다.

그땐 '척' 을 하고 싶어서였고 지금은 읽어도 읽어도 계속 고파서이다.


좋아하는 성향의 작가도 있고 선호하는 내용 같은 것도 있지만 서점에 직접 가서 책을 살 때는

한 권을 사는데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리기도 하는데(순전히 돈이 아까워 읽은 후 잘 샀었다는 만족을 얻을려고)

지인들에게 부탁해 읽고난 책을 얻을 때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기도 하는데

내 주변의 책 읽는 사람들은 나 보다 오히려 내가 원하거나 읽은 후의 느끼던 만족감은 내가 직접 사는것 보다  나을 때가 많다....


가끔은 단편도 읽기는 하지만 장편만 주로 읽는 타입인데

우선은 돈이 아까워서 두터운 책을 더 선호하고 단편은 하나의 이야기를 다 읽은 후

장편처럼 깊은 숨 한 번 몰아쉬게 되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다시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은 책 속의(?)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야 하기에 

주인공의 이름도 내용도 전혀 달라지기에 잠시 흐리멍텅해지기도 해서이다. 



동료들과 단체로 어울려야 하는 자리를 즐겨하지 않는 성격인데

못마땅해 하더라도별 불만은 없지만 남과 맞추는 일에 서툴기도 하고 여럿의 떼거리(?)문화가 싫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일지 모르겠으나 설명을 하거나 동의를 구할만큼 친절하지도않고

논리적이거나 조리있게 설명할 주변머리도 없다.


언제나 내 책임하에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규모로 스스로의 삶의 동선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습벽대로 삶을 살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단체생활을 시작했었기에 내 안에 견고한 나만의 울타리를 심으면서 살아냈어야 했고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했던 군생활에서도 그런 식이어서

보통의 남자들보다 두 세배 고통도 받았고 힘들기는 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는 줄 수 없다는 책임감과 노력이 뒤따랐기에

무난히 잘 버텨냈었고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잘해낼 수도 있었다.


잘 살펴보기에...

이성이든 동성이었든 내가 만들어 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섣부른(?)... 괜한... 심히 어색한...

반가워할까 미덥잖다 할까 안한 것만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나마 마음이나마 편코자 그래서 그냥 이모양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