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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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무심한 무연한 삶

까미l노 2016. 1. 26. 15:48



32년 만의 폭설이랬던가...,

쓸데 없이 손재주만 좋은 나보다는 서툰 사람들 타이어 체인 감아주다 수 십년만의 폭설이 내리던 날들에

덩달아 집에도 오지 못한 채 호텔에서 숙식하며 3일간을 지냈다.


푹신하고 안락한 침대가 있는 고급 호텔에서 자면 잠이나마 꿈결같을 줄 알았는데

바깥에 있다간 금방이라도 동사할까 싶은 백두대간 능선 아래 일인용 텐트 속 침낭에서 자는 것보다 오히려 못하더라...


                                                                                       


살아있는 삶에는 다 어떤 것이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열심히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는 건 딱 질색이지만

나름 부지런히 살아는 간다만 폭설 쏟아져 내리는 가로등 아래서 문득 하늘을 보니

새삼 무엇때문에 이러고 살고있는지 사는데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겠냐만 왜 사는지를 또 잊어먹은 것 같다...



고물 자동차 위 소복히 쌓여가는 눈을 무심하게 보면서 사람들을 생각한다.

삶도 그러하고 위인이 못나 발도 좁고 별다른 인맥 같은 것에 조차 관심(?)없다 보니 떠올려지는 별 사람도 없다만...


공부머리 없는 사람인지라 다시는 공부 따위 않으려다 또 다시 마지막 시험에 도전해야할 형편이다 보니

그 아이가 힘들어하다 결국 치룬 그 시험이 못내 걱정스러운데 덜컥 합격해버리면 얼마나 다행일까...


오갈 곳 없으면 나한테 시집 오라던 농담에(?) 

정말로 그래도 되겠냐고 고운 한복 입고 곁에 앉아 손 가리고 환하게 웃던

그 아이 지금 어디에서 슬픈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싫어하는 표현 고맙다 미안하다를 또 한다.



이른 아침

아무도 가지 않은 눈 쌓인 숲길을 노루 가족들이 줄 지어 지나갔다.

이 추운 겨울 굶지않고 잘 버텨 나갈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이런 걱정들은 쓸데 없는 비관적인 소심함일까?





아무도 밟지않은 심원한 숲 소복히 쌓인 눈길을 처음으로 밟고 간다.

앞서간 내 발자국 누가 뒤따라 오건 말건 삐뚤빼뚤 걷고 싶은 건 고약한 심성 때문일까?


누군가 문득 나를 떠올렸다...

나는 그사람에게 미운 사람으로 남지는 않았을까?




한광구의[꿈 꾸는 물]이 생각난다.


비 오시는 소리 들린다.

꿈이 마르는 나이라서 잠귀도 엷어진다.

아,푸욱 잠 들고 싶다.

한 사나흘 푸욱 젖어 살고 싶다.



누군가 찾아와서 보고 저보다 앞 서 먼저 지나버려 실망치(?)않도록 길 하나 오롯이 비워둔다.

당신이 제일 먼저 걸어가 보라고...


폭설 그 난리통이 어느새 별 일 없었던 듯 지나버려

고립된 겨울 삶이 재미져 짜릿했던 그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하다 그러면 고되게 견뎌낸 사람들 욕하겠지...


꽤 오래 갇혀 살았다.

어디론가 가고 싶구나,

스스로를 단단히 옭아매어 아무데도 갈 수 없게 만들었던 시간이 어느덧 훌쩍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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