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새해 연휴 숲으로 출근을 자청하고 본문
숲 입구 밤나무 열심히 집을 지은 오색 딱따구리 부부 잎이 다 떨어진 겨울 아직도 이사를 오지 않고 있다...
가만 보니 내일부터 새해 연휴가 사흘씩이나 시작 되는구나
그래서 시내 사방이 떠들썩했었던건가?
베란다 창문까지 다 닫혀서 그런지 내 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해서 다행이다...
기다림과 헤어짐이 맹렬하게 다툼을 하는 내 속
기다림은 초라한 것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생각과 기다림을 하며 살아갈테고
헤어짐 또한 수 십 수 백 번을 하면서 보낼테지,
사소한 것에서 심각한 것들까지 헤어짐엔 포기 같은 것도 있을 것이고
길게는 수 십 년동안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기다리고
만나지 못해 내 마음으로 헤어지고 또 기다림을 반복한.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기다림도 있고 영원히 오지 않을 기다림이 될지 모른다는 것도 알면서...
나는 나를 데리고 살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데리고 살려고 했었고
나를 사랑할려고 했었던 사람도 나를 데리고 살려고 작정을 했었던 것일까?
그 사람도 나처럼 제대로 사랑은 하지 못한 채
그냥 보듬어 안았던 마음을 움켜쥔 채 어쩔줄 몰라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내가 하려던 사랑을 영원히 떠나 보내지 못할 것을 안다.
아마도 나를 사랑할려던 사람도 영원히 떠나 보내지 못해 안타까워할 것이다.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졌던 사랑한다 믿었던 그 마음을...
내가 보내지 않았는데 내 기다림은 지금 무심하게 가고 있다.
그 사람도 나를 잊으려 버린 채 가려고는 하지 않았던 것일까?
어김없이 라는 말
딱 이맘 때 매년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어김없이 꽃들은 피고 진다.
꽃이 피는 것은 기다람이었을테고 꽃이 지는 것은 헤어지는 것이겠지,
사람을 버리지 못하고 버리지 않는 나는 잘 사랑하고 잘 헤어지는 사람인가...
세상의 건망증들처럼 극히 짧은 한때나마 가슴에 품었던 사랑이라는 게
약속도 아니고 맹세도 못되어서 이미 예전의 사랑은 죄 되돌려지고 없었던 것이라
기다릴 일 아니라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고 헤어지는 중이라도 하고 싶어서이다...
기다리는 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행복이다.
사람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내가 했었던 사랑과
내가 햐려는 사랑에 대한 기다림이고 헤어짐을 말 하는 것이다...
종이가 괜찮아서 찢어버리지 않고 넘기기만 하던 헌(?) 달력을 별 생각 없이 새 달력으로 바꾸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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