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물만 부었다... 본문
대평포구 방파제 소녀상 등대
형제섬 넘어로 사멸하는 해
1980년대 후반 하동 초등학교에 있을 때
지금은 교육장 정년퇴임을 하셨지만 당시엔 평교사이셨고
항상 내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누님으로 모셨던 분이 계셨다.
직원 단체 회식을 가면 의례 넌 뭐 먹을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언제나 내 대답은 한결 같이 '밥'이라고 했다.
넌 맨날 집에서 먹는 밥 지겹지도 않느냐고 핀잔이 따랐는데
저녁 먹으러 늘 가던 식당이 고래식당이라는 곳이었는데 쥔 아주머니가 친절해서 자주 갔었다.
혼자 먹는 김치전골도 푸짐하게 만들어 주셔서 한달 내내 김치찌개만 먹던 내게
본인이 지겨우니까 이젠 김치찌개 그만 먹으면 안 되겠냐고 농담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늘 집에서 집밥을 먹어보지를 못하기에 외식이든 매식이든 오로지 밥이다.
중간 중간 차려주는 밥 먹을 수 있었던 괜찮았을 때도 잠시(?)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 부터 객지에서 혼자 학교 다니며 살기 시작한 것이 거의 평생이 되어가는 것 같다...
초등 동창 여자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넌 밥만 따시게 챙겨주는 여자가 있으면 평생 받들어 모시고 살 놈이라고...
따신 밥 챙겨 주려는 여자 만나고 싶었던 평생의 바램이 이제는 덧도 없게 되어버렸고
따신 밥 챙겨주는 몫은 언제나 내 차지가 되며 산 것 같은데
요리 못하는 여자는 용서해도 밥 하기 싫어하는 여자는 여자 취급도 하기 싫은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다.
혼자 사먹는 밥이라는 걸 평생을 했는데 지금도 반겨주는 식당은 별로 없다만
행여라도 반겨주는 시늉만 해도 줄창 그 식당을 단골 삼아 찾곤 한다.
맛 보다는 덜 불편함 떄문에서라도...
매식이든 외식이든...
가장 저렴한 한끼가 요즘 7천 원 정도하는데
김치에 두부랑 파 조금 넣어 물만 부어도
마트에서 파는 된장 풀어 고구마 순이든 통멸치든 넣고 물만 부어도
쌀 대충 물에 흔들쳐 씻어 물만 부어 불만 켜두면 밥도 되고 누룽지도 만들어지고
된장찌게 김치찌개며 미역국이든 감자국 뭇국이든 사 먹는 음식보다 맛있는 건 왜일까?
언제 내가 요리를 배웠으며 누구에게 전수라도 받았을까만
그냥 먹어본 음식 속 재료를 대충보고 따라 해보면 사 먹는 음식보다 분명히 낫더라...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건 밥 주는 것이고
가장 맛 있었던 음식도 밥이고 좋아하는 음식이 그냥 밥이다.
집밥 그야말로 시골밥상처럼 백반처럼 소박한 집에서 만든 밥이 가장 최고의 음식이다.
내 버킷리스트에 기록한 죽기 전 해보고 싶은 일
된장 고추장 김장김치를 옛기억을(?)떠올려 완벽하게 담가보고야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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