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민숭맨숭으로 살다 본문
Nazca/Waltz2
생장에서 콤포스텔라까지 산티아고의 마을 이름이 적힌 수도원에 있었던 나무판이다.
살면서 가끔 흐리멍텅은 했었다만 술 취해 비틀대며 소위 말하는 그 필름 끊긴다는 경험도 못 해봤고
청년시절 친구들이 하 좋다길래 두어 모금 마셔봤던 대마초 연기도 쓴 목구멍만 느꼈을 뿐,
내게는 아무런 이상 징후도(?) 나타나질 않았었는데 그렇다고 이성을 흐릴만한 짓거리들에 실험 정신은 별로 없어
마약 같은 건 나 처럼 민숭맨숭으로 사는 맨정신에게는 아에 관심 밖이고...
도박이든 잡기든 머리 속으로 습득력이 지나치게 높고 승률이 높은 것에 스스로가 놀라 일절 취미를 끊었고
뭐든 알고 만들고 배우게 되면 거의 뿌리까지 들여다 봐야 직성이 풀리지만
인성이 덜 된 어줍잖은 인간들에게는 아무것도 가르침이나 배움을 얻지는 않는다.
창졸간에 가족이 하나 둘 떠날 때도 마음에 아무런(?)충격조차 없었는데
혼자가 되기로 작정할 무렵에 받았던 충격은 쪼매 강해서 덜컥 갑상선에 걸리고 말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충격이었고
참고 다스리고 속으로 삼키려는 스트레스나 울화는 영 아니올시다 라는 것을 뼈저리게 몸소 경험했던 바이다...
흔들릴 때 마다 한 잔씩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언제나 민숭맨숭한 맨정신으로 살지는 않아도 될 터,
언제나 옅은 잠에 귀는 반쯤 열린 채 꿈이라도 꿀 때면 아... 지금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 다행히 잠자는 중이구나 라고...
얼마나 달콤하게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잘 수 있는지 호기심은 있었지만 수면제를 먹어본 적은 없고
무슨그라인가 하는 남자들이 좋아한다는(?)파란 알약조차도 아직 구경을 못 해봤다.
별로인 꿈이거나 무언가에 좇기거나 위험에 직면 했을 땐 나는 지금 꿈을 꾸는 것이니까
그냥 깨어버리면 된다 라는 것을 곧잘 알만큼 나는 민숭맨숭 맨정신으로만 산다.
언젠가는 어떤 여자로부터
무슨 남자가 술도 못 마시냐고 여자는 반쯤 취해 헤롱대는데 남자는 맨정신이면 어떻게 마주할 수 있겠느냐고
내가 호감을 표시한 적도 없고 마주 앉고 싶은 마음도 없었거늘 문전박대부터 당했던 기억이 있다.
예전 애인이었던 여성이 언제 어떻게 들어왔다 갔는지도 모르는데
사귈 때도 늘 내 블로그에 들어와도 누구였는지 나가면서도 아무런 흔작조차 남기지 않았다.
사진 찍는 것 싫어하던 여자였다만 그나마 내가 찍어준 몇장의 옆모습이나 뒷모습 사진
반마음에나 들었었던지 싫다고는 않았었고 카톡에도 가끔 보였었다.
내 블로그에 끄적였던 글 지꺼기에 본인이 아니면 누군지 알 수도 없을 그 때 사진 한 장 있었고
비밀 표시를 한 댓글 한 줄이 달렸기에 잠시 찰나간 반가움이 반짝이다 이내 사그라들었었는데
본인 허락 없이 불쾌하다며 삭제해달라고 ...
아,
이럴 때 나의 민숭맨숭 맨정신이 싫어지면서 문제아였지만 정작 그럴싸한 사건은 일으켜보지도 못했었고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범생이로 살아보지 못했지만 오늘은 그냥 한 번 흐트러져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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