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버릴 건 안 버리고 본문
버리고 또 버리고 그랬는데도 또 버릴 게 있어져서 다시 버리곤 한다.
쇼핑을 좋아하거나 사치를(?)하는 타입도 명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홀애비 삶도 사람 사는 것이라고
조금씩 뭔가 옷가지며 세간살이들이 불어난다.
커피믹스 한 박스를 살 때 마다 딸려오는 그릇들이며 보험 상담 몇군데 했더니
대형 전기프라이팬 청소기며 식품 건조기들이 선물로 보내져 왔다.
서랍을 열었더니며 헤드랜턴 칼 등 아웃도어 소품등이 잔뜩이고
아껴 쓰지 않고 그냥 보관만했던 필기도구 잉크병들이 굴러 다니고
소설책도 아니고 들여다 보긴 봐야겠는데 언제까지고(?)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도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쌓여간다.
마음 먹고 정리하는 날 속옷이며 양말 타올 등산 장갑들을 차곡차곡 개키다 보니 십 년도 넘게 사용한 것들도 있고
수 년간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한개를 살 때 속옷과 양말 타올은 같은 것으로 여러장 산다.
돌려가면서 사용해서 그런지 십 년 이상씩 사용했더니 낡고 색도 바래고 고무줄도 더러 느슨해지긴 했어도
입던 게 그런대로 편해서 계속 사용하다 보니 어떤 것은 수 년 동안 손도 안 가던 것들도이 있었네...
십년이 훨씬 넘은 속옷이라도 남자 속옷이 뭐 유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삼각은 이제 조금은 불편한 듯 싶고 색깔이 화려한 건 계속 뒤로 밀리기만 한다...
당시에 거금 수 십만 원을 주고 샀던 런던포그 바바리...
두어 번 입기나 해봤을까?
양복도 바지만 남기고 위도리 다섯벌이랑
해마다 세탁만 하기를 근 이십 년쯤 되어버려 눈물을 머금고 헌옷 수거함에다 버렸다.
그나마 도저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짐만 되는 바바리가 두장 남았는데 언젠가는 버리게 될테지만
하나는 1986년산 겔럭시 바바리 하나는 한 십 년쯤 됐을까 고딩 때 고집하며 입던 교복 색깔과 같은데
회사 다닐 떄 입었던 양복 슈트 역시 그랬지만 약간 푸른 빛이 도는 것이 좋아서 못 버리고 가지고 다닌다.
내 기억 속에 차마 못 버리고 그냥 가지고 다니는 사람의 기억도 있겠지...
빨간색 오리털 파카는 영원무역산 20년이 훨씬 넘은 것이고 별로 입을만큼 춥지 않은 겨울이라 그랬는지
입어 보지도 않은 채 언제나 옷장 속에만 걸려있었고 가죽점퍼도 그쯤 됐겠다...
아웃도어라고 애지중지하며 버리지 않았던 콜럼비아사에 넘어가기 전의 구형 마운틴 하드웨어 옷들
요즘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 때가(?) 되면 입을려고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닌다.
신발장의 신발들이래야 거의가 등산화 아니면 트레킹화인데
바닥이 비교적 튼튼한 운동화 위주로 신고 다니다 보니 아까워서 평소엔 신지도 않고
신발장에만 보관했던 등산화도 세월이 오래 지나 기름기가 절로 빠져 그런 것인지
저절로 바닥이 벌어져버리는 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씨발이라고 욕하면서 세켤레를 버렸다.
품에 꼭 안고 자기라도 할 양으로 샀던 거금 60만 원씩 하던 마인들 등산화를
하다못해 지금은 화장실 갈 때라도 종종 신고 다니기로 했다...
난...
뽕짝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별로 잘 아는 노래도 없었지만...
그런데 이 노래들은 꽤 괜찮아진다.
늙어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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