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무작지작(無作之作) 은밀하게 걷다 본문
'무작지작' 이용한의 책 '은밀한 여행에' 나오는 말이다.
꾸미지 않아도 저절로 꾸며진다는 뜻이란다.
그는 차를 몰아 여행을 주로 하기는 하지만 포장 되지 않은 덜커덩 거리는 신작로 같은 옛길을 찾아다니고
나처럼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적인 문명을 싫어해서 사라져 가는 옛 것들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다.
옛것들이라고 문화 유산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두메산골에 외따로이 있는 흙집 같은
굳이 포장해야 될 아무런 이유도 없는 곳들의 옛길들 것들일 뿐,
전에는,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속도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바다를 오염 시키거나 숲과 생물종과 문화를 말살하는 것이 불가능 하였다.
우리의 파괴력의 규모와 속도가 이렇게 컸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유래가 업는 것이며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헬레나노르베리 호지<오래된 미래>프롤로그 중에서)
지금은 내용이 기억조차 거의 나지 않지만
한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와<영혼의 자서전>을 좋아했었는데
보이는 것 , 냄새, 감촉, 맛, 듣는 것, 지성-나는 내 연장들을 거둔다.
하루의 일은 끝났다.나는 두더지처럼 내 집으로 땅으로 돌아간다.
지쳤거나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피곤하지 않다.
하지만 날이 저물었다.
해는 졌고 언덕들은 희미하다.
내마음의 산맥에는아직 산꼭대기에빛이 조금 남았지만
성스러운 빛이 감돌고 있으니 밤은 대지로부터 솟아 나오고 하늘로부터 내려온다.
책에서 그는 인간의 일생을 '짤막한 섬광이지만,충분하다고' 이야기 한다.
카잔차키스는 죽음을 앞에 두고 아내 헬렌에게 유언처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못다한 말들을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가 연필로 쓴 것이 아니라 목소리로 쓴 것이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15분씩만 구걸해서라도 더 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죽음의 신은 그 약간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다.
애당초 시간이란 인간의 몫이 아니며 우리에겐 언제나 시간이 없다.
언젠가 나에게도 내일 아침이 오지 않는 날이 올 것이지만
다행히 나는 아침에 눈을 떴고 창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본다.
이용한의 책 은밀한 여행을 읽고 본문 중에 나오는 글들
어릴적 부터 다른 사람들과 같은 옷 같은 신발 같은 뭔가를 가지거나 하고 싶지 않아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학시절 교복은 어른들이 입던 슈트 형식으로 맞춰 입었었고(하숙비 자취비 아껴)
신발은 언제나 시중에 잘 보이지 않은 하얀색의 코에 무늬나 실밥형태가 전혀 없는 운동화를 이틀 걸러 빨아 신고 다녔었다.
책가방 속엔 교과서보다 소설책만 서너 권 체워 빵빵하게 사각이 되게 만들어 다녔었다.
문제아 같았으면서도 결석하고 싶은 날엔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께서 아저씨 도장을 줄 정도로 착한 범생이 같기도 했었다.
한동안은 또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이 없는 곳에서 살면서 전혀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하기도 했었다.
잘 난 사람들 멋있는(?) 세상 따위 때문은 아니었지만 꽤 늙은 나이가 되기 전 까지 불만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매사 만족하고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은 즐겁게 살려고 하는 걸 보면 내가 세상 참 희한하게도 살아간다 싶다...
아등바등 거리지 않기로 했으면서도 모든 내 주변 인생사를 유비무환 하려는 걸 보면
아직도 내겐 결벽증이며 까탈 같은 자잘한 것들이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서울같은 대도시에서 살 때는 오히려 잊혀져 가는 옛길들을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작은(?)섬에 살면서는 외려 덜 찾게 된다.
갇혀있는 느낌인 섬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주민들이 약초 캐러 다녔던 숲길 외엔
보부상들이나 옛사람들이 이 마을 저 마을 산 넘고 물 건너 장 보러 넘나들던 그런 길이라는 게 없는 곳이라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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