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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알몸노출 발아 발아 사랑하는 나의 발아

까미l노 2015. 12. 9. 19:40

 

 

사람의 몸뚱아리 가운데 어느 한군데 소중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랴만

더 귀하고 덜함이나 고생을 더 하고 덜함을 말하려는 게 아닌 그저 그냥 맨날 고생을 많이 시키는 것 같아서인데

 

맛있는 고기나 좋은 것 안 먹어서 미안한 묵구멍에게도 위도 간도 여러 창자에게도 미안하지만

맛있고 없는 뭐든 맥이기는 커녕 일 년 365일 꼬박 양말 속에 갇혀

온몸뚱아리 떠받쳐 걸어내느라 혹사당하는 발에게 미안하다.

 

숲에 들어 풀과 나무를 관찰하느라 가시 줄기 같은 덩굴에 긁혀 온 다리에 상처 투성이고

전기나 기계공구가 없이 순전히 수작업만으로 나무를 깎느라 손엔 베인 상처가 마를 날이 없다.

 

다행 그토록 고생을 많이 시키는 발은 비록 답답하게 갇혀 있기는 하겠지만 양말 속이고 신발 때문에 탈 없다.

아무리 걸어도 아프다는 꾀병 한 번 않거니와 물집조차 얼씬을 하지 않으니 내 어찌 아니 고맙다 하랴,

 

어린시절엔 발가벗은 몸에 걸친 게 없이 햇볕에 그냥 드러낸 채 살았었는데 철(?) 들고서부터

철저히 양말을 신었더니 그나마 내 몸에서 가장 하얀색깔을(?) 하고 있다.

 

내 발가락들은 맏이부터 막내까지 질서 정연하게 길이가 도레미파솔이다.

엄지가 길면 애비가 먼저 죽는다는 옛말이 있었는데 내가 그랬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기를 즐기지 않아서인진 모르겠다만 피부에 기름기가 없어 늘 건조한 편이다.

해서 겨울부터 봄까진 다리 한 두곳이 늘 아토피처럼 가렵다. 

 

겨우 싸구려 바디로션인가 뭔가 바르기는 하는데 별 효과는 없는 것 같고

취미가 걷기인지라 햇살도 싫어하질 않다보니 얼굴도 까만 편인지만 선크림도 바르질 않는다.

사은품이니 선물이니 해서 어찌하다보니 선크림도 여러개 있는데도 말이지...

 

얼굴도 당기지 않으면 바르는 게 없고 겨우 스킨과 로션 하나 쓰는데 한개 사면 일 년을 쓴다.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바르고 살면서 같은 종류의 스킨로션을 다시 사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동안은 꿈도 꾸지 않고 나이보다 더 늙어보일 게 뻔해서 면도 할 때 아니면 거울 볼 일도 거의 없지 싶다.

하도 햇살 좋을 때 걷는 걸 즐기다 보니 기미며 검버섯이 기름진 밭인줄 알고 잔뜩 피었다.

 

그래도 뭐 얼굴 보고 돼지 골라 삼겹살 즐기는 사람 없을테고 

어디 전시를 하거나 선 볼 일도 없어 막무가내로 살기로 했다.

 

발만 건강하면 그게 어디랴...

얼굴만 신경 쓰지 말고 숨겨진 발을 깨끗하게 하고 살아야지...

발이 건강하고 깨끗한 사람이면 모든 곳 모든 것이 다 건강하고 깨끗하다고 믿고 싶다.

 

 

 

오곡(10곡) 밥에 김치찌개 하나로 저녁을 해치웠다.

언제나 나의 밥은 비장해서 전쟁같은 해치움으로 표현했다.

 

이저런 종류의 값싼 쌀을 사서 내가 지은 밥이고 마트에서 산 김치에 사은품으로 받은 참치 넣어 내가 끓인 김치찌개

사 먹는 밥 어떤 것도 이 맛을 따라올 수 없다.

 

밥을 짓는다는 것은 결코 기술이 아니다.

물만 붓고 불만 켜면 쌀 삶는 짓은 그냥 되는 것이지만 따슨 밥은 그야말로 하는 사람의 정성이다.

 

정성이 깃든 밥은 뜸 들 때 소리도 맛있고 밥냄새조차 황홀하다.

청승 떤다고?

가지가지 사다 보니 계산이 오바 되어 최소한 10일 간은 매식을 삼가야할 판이다...

 

 

 

 

서귀포 숲 치유센터로 올라가는 치유의 숲길이다.

삼나무 대나무 편백나무가 하늘을 가려 터널을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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