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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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눈 감고 변명하며 산다

까미l노 2015. 12. 5. 17:53

 

 

전혀 연관지어지는 것도 없는 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잊혀진 것처럼 하고 살았겠지만...

 

하도 오래 전이라고 변명하고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변명하고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고 변명하고

잘 살아가겠지 라며 애써 자위하며 합리화 하며 추한 변명으로 겨우겨우  내 팔이니 쉽게도 내 안으로 굽히며 살았다.

 

yuni의 말대로 기도를 하고 고해를 하면?

그거..난 할 수도 없을테지만 한다고 한들 하면서도 나는 거짓임을 알텐데...

 

면도 할 때만 할 수 없이 보게 되는 거울 건너편에 뻔뻔하고 추하게 늙은 사내 하나가 보인다.

 

속 창자 죄다 끄집어 내어 빡빡 문질러 청결하게 씻고 햇살에 바짝 말려 도로 집어 넣은들 원죄가 어디로 갈꼬? 

살면서 크고 작았던 아픔 상처들 있을 때 이게 벌 받는 것이려니 했는데 거창한 법조문처럼 일사부재리도 될 수 없거늘

그 따위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니 나 죽으면 용서는 되잖아도 영영은 잊혀지질테지고 죽어서라도 용서를 받아야 한다면

그때 가서 또 한 번 더 죽어도 될 죄를 지었다면서 용서를 들먹여 봐야겠지...

 

청소년기 몽둥이 한대 덜 맞기 위해 거짓 용서를 빌어본 적은 있었지만

여태 용서를 빌 경험은 없었으니 살아 평생이든 죽어서든 용서 한 번 빌어야겠지...

 

그 아이의 분노가 그런 것인 줄까진 몰랐었다.

내 아픔 아니고 한 치 건너 남의 일이라 그저 제 엄마 괴롭힐려는 그저 그런 떼 쓰는 것이려니 했었다.

철 덜 들었거나 세상에 나가 제 혼자 온몸으로 부딪혀 살아가기 싫어서 그러는가 했었다.

늙은 아저씨 볼 일 있을까만 많이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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