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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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부르면 언제나 대답하렴

까미l노 2015. 12. 3. 13:23

 

 

내가 더 먼저 태어났으니 어른 맞제?

너는 착한 사람이니까 어른 말 잘 들을거잖아...

 

아무래도 더 많이 산 내가 먼저 떠날 터이니 언제라도 내가 부르면 냉큼 답해야 하고

남자니까 너보다 튼튼하고 겁도 전혀 없고 상처 받고 다쳐도 약도 없이 금방 잘 나으니까

나를 걱정할 일은 없을테니 너는 나를 부르지는 말아라

 

 

내가 태어날 때 부모형제 모두 다섯사람이었다가 수년이 흐른 후 막내가 태어나서 여섯 식구가 되었다.

그땐 절마당 안에 개인 집처럼 사택이 있었다는 나 태어난 합천 해인사 경내

 

가족은 배 고프고 지치고 병 들 때만 찾는 대상이었는지 하찮은 공부니 연구따위로 가장의 도리 내팽개쳤던 사람

나보다 더 무거운 당신 업고 뛰며 삼 년 병수발 그 또한 다 지나가기는 하더이다만

싫다 좋다 하기 전에 태어나게 만들어준 고마움에(?)내 할 도리 다했던 것으로 퉁 했다.

 

 

 

내게 와서 쉬어가거라...

살아 가다가 힘에 겨웁고 지칠 때면 언제라도 와서 죽음보다 깊은 잠도 자고 괜찮다면 내 어깨 빌려 펑펑 울기도 하렴,

나 떠나기 전 언제라도 밤 새 니 얘기 들어 주고 무조건 니 편 들어주마,

 

리조트에서 잠을 자기에 따로이 쉴 내 공간이 필요 없었지만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안락하고 편안한 섹스를 상상해서 비바람 피할 아늑한 공간을 마련했더랬는데 참 부질 없는 기대였지 뭐...

 

이제는 고향에 돌아와 누운 내 누이처럼 니가 와서 평온하게 쉬다 가거라,

 

 

니가 나를 찾기 전엔 내가 너를 찾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부를 때면 언제라도 머리카락 한 올만 보이려무나,

내가 께딸? 하고 물으면 너는 언제나 무이비엔~ 하고 대답해주면 좋겠구나...

 

좋은날 오지 않으면 어떠냐...

그나마 지랄 같은 날은 언젠가는 꼭 지나가잖아?

세상에 와서 사랑따위 제대로 못해봤어도 눈물겹게 괜찮은 언제나 생각나는 사람 하나 알았다는 것으로 퉁치면 되지 뭐...

 

 

당신 소풍 끝나고 먼저 떠난 후 이제는 있는 듯 없는 듯 소식 보내지도 궁금하지도 않을 겨우 셋 남았다.

세상사람들 가운데 여러 다양한 끔찍한 부류들 많고도 많지만 언놈은 씨 뿌리고 언 년은 치마 벌려

씨 다르고 배 다른 형제를 만드는 것들 가장 잔털이 곤두서는 부류들.

 

한평생을 바보처럼 어리석게 살아간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영원한 안식처인 고향이었을 그 이름 어머니

당신도 그러했었지만 아무도 행복하게(?)떠나지 않은 것 같다.

 

 

 

비록 두 해 먼저였지만 탈 없이 살다가도 언제나 내 먼저 떠날 것 같았는데

당신 덕에 평생 장남도 아닌 장남행세 하여야했던 형이 일찌감치 스스로 떠나버렸다.

 

당신이 만든 가족이라는 이름보다 더 가까운 사람들이 내겐 훨씬 더 정겹고 눈물겨운 걸 어쩌랴...

 

 

누가 물 보다 피를 더 진하다고 했던가...

남보다 더 못한 남겨진 형제라는 이름 둘 

피 보다 더 진한 졍겨운 사람 넷


 

                                                                

                                                                  낼 점심 도시락(?) 준비용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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