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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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바람 불어 싫은 날 일자로 쏟아지는 비

까미l노 2015. 5. 18. 12:26

지는 해 따라 서쪽으로 점프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물고기 가족

바람 불어 싫은 날엔 일자로 쏟아지는 비

 

 

언젠가 곰배령에서 딴 커다란 곰취잎 두장

몇시간이 지난 서울까지 와서 시들은 녀석을 수반에다 물을 부어 담궜더니 파랗게 다시 살아나더라...

 

 

이놈이 분명 맛있는 나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이름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

식물이나 꽃도감 나물도감에도 나오지를 않으니...

박쥐나물인가 싶기는 한데...

 

 

 

섬에 살면 싫은 게 있다.

바람은 별로 달가워 않는 타입이라 바람이 많은 섬인 게 싫은 것인데 돌도 많고 여자도 많다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라 치고

비는 많이 내리는 곳이라서 좋은데 비바람은 별로고 비 내릴 때 들이치는 비바람 때문에 창을 열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나기 쏟아지는 날 커다란 잘 생긴 우산 받쳐들고 강이 나있는 둑길을 가면서

바람 불지 않는 날엔 우산 아래 폭 가려진 내 몸 신발코만 적실 뿐 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서 촉촉함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툇마루가 있는 집이면 얼마나 좋겠냐만 한 여름 소나기 쏟아질 때 창문 활짝 열어제쳐 무겁고 거칠게 쏟아붓는 비를 바라 보는 게 참 좋다.

비록 조약돌 튕기며 흙이 파이는 처마 밑 낙숫물 자국은 볼 수가 없긴 하지만...

섬에 살면 또 안 좋은 게 있다.

아주 천천히 달리는 기차가 있었으면 차창에 편안하게 기대어 무심하게 스쳐 지나는 바깥 풍경들을 볼 수 있을텐데...

기차 안에 내가 있을 때 비라도 쏟아져 주면 얼마나 안락한 느낌이던지...

 

 

섬에 살면 강을 볼 수도 없어서 참 아쉽다.

새벽 물안개를 맞이하러 갈 곳이 없고 물수제비를 할 수도 없어 아쉽다.

강물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도 뒤섞여 흘러가는 모습도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섬에 살면 강이 없어 해거름 때 가족끼리 수면 위로 점프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작은 물고기 가족들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물고기들은 왜 꼭 해가 사멸하는 방향인 서쪽으로 가면서 점프를 하는 것일까?

한 낮의 물고기들은  사방팔방으로 점프를 하는데...

 

 

 

사무실 뒤편 숲에다 더덕과 곰취밭을 만들었다.

꽃 피고 진 가을에 씨앗을 받아 사방에다 퍼뜨려볼 심산이다...

 

섬에 살면 좋은 게 있는데 지랄같이 외로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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