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 본문

링반데룽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

까미l노 2015. 5. 6. 15:43

내가 살던 진주에선 어릴 적에 친구들끼리 사소한 다툼을 하면서 쓰던 말 가운데

살면서 아무에게서도 도움을 받았다거나 덕을 본 적 없다라는 것을 에둘러서 표현 할 때(속된 표현이었겠지만)

언제는 외갓집 젖 먹고 컸더냐...처가 덕 본 것 있더냐...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이는 주로 답답한 지경에 놓여지게 되었을 때 알량한 도움은 싫고 자존심도 상하기 싫어서 짐짓 큰소리라도 칠려고 하는 경향에서 하는 말일것이다.

나 같은 경우 그런 지경에 놓여지면 외갓집도 처갓집도(갓이나 집이나...^^)들먹일 처지도 아니기에

그냥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고 살았다...라고 대답하는 정도이다.

 

사람이라면 염치도 있어야 할테고 매너든 예의든 최소한의 조심성을 가지고 살아야 하겠기에

나름 끼일 곳 끼어들지 말아야할 곳 들을 가리면서 살겠다는 뜻이고 염치불구 같은 건 아예 잘 못하는 사람이기에...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얼마나 적당한 표현인가,

 

 

 

내가 일방적이었던가?

이건 단절인가?

염치불구라고 하기엔 좀은 뭣한 것 같고 언제는 처갓집(외갓집)덕 볼려고 했던가...

 

답답한 지경에 놓인 것도 아니었지만 자존심에 허락을 받을 일 같지도 않고

좌우지간 긴가도 민가도 아닌 것이라 애매모호는 딱 질색이라고 하는 게 그나마 적절한 것 같다.

 

그래서 누울 자리를 보니 내 다리 뻗을 곳은 아닌 것 같다 라는 표현이 적절타 싶다.

뜬금없던 글 나부랑이 몇줄 오다가 어느순간 희는 없는 무소식이더니 다시 또 그러길래

 

모르지 또 어느날 한줄 연락을 하면서 나를 툭툭 찔러 볼건지도...

"너 나랑 사귈래?"

이말을 던져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움찔 하더니 이내 감감무소식이 짐작대로였다.

 

조금만 나를 더 건드렸으면 아마 내 입에선 곧 바로 "너 나랑 한 번 자고 싶니?" 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리라 미리 짐작했었기에 아무 소식 없는 게 궁금하지도 않고 그저 그런 사람이겠거니 하고 만다.

누가 그러더만 그는 감정이 헤픈 사람인 것 같다고 했었는데 그 말은 딱 맞는 것도 같고 나보단 더 사람 보는 눈이 있다 싶푸다.

 

나는 남자와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에 한 표를 던질 사람인데 다만

남자와 여자 친구 사이일지라도 속마음에 친구를 여자로 보고 안 보고 따위의 왈가왈부는 싫다.

 

어린애들처럼 친구사이에 무슨 연애감정은 되네 안 되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따위는 시시콜콜해서 별로다.

친구 사이라도 남자와 여자니까 내 속마음에 친구가 예뻐 보이면 예쁜 것이고 응큼한 생각이 들면 또 뭐 어때?

오히려 여자 친구가 나더러 니는 내가 여자로도 안 보이냐고 핀잔하기도 하더만...

 

여자 친구와의 사이가 사랑 감정으로 변하기라도 하면 우정에 금이라도 가나?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사랑 감정이 생긴다면 그 남자는 친구사이에 무슨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냐 그럴건가?

예나 지금에나 감정이 감정 그대로 흐르는대로 내버려 둬야지 인위적인 감정조절은 나로서는 잼병이다.

 

하긴,

니가 나랑 친구였었던지 뭐였었던지도 모르는데 무슨 말을 더 하랴...

나는 혼자이고 아무하고나(?)친구 먹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는데  애써 감정조절씩이나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하긴...또 모를 일이지...

맘에 들지 않는 놈이 뭔가 수상쩍은 낌새를 보이면 경계의 벽이라도 미리 곤고히 둘러쳐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지...

 

약속한 것도 만나 적도 없었으니 잘 살아라 라고 안녕이라는 인사도  않았던 게 일방적인 단절은 아닐테지?

최소한의 내 자기방어가 단절이긴 해도 아무때나 아무하고라도 단절을 마구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링반데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산신청 해버리라는 친구의   (0) 2015.05.09
됐거든요...허허로운 쿨   (0) 2015.05.07
돌직구와 버럭   (0) 2015.05.05
탓 아닌 적절의 기회  (0) 2015.05.04
익숙한 것 버리고 기억에서 지워져가기  (0)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