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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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파산신청 해버리라는 친구의

까미l노 2015. 5. 9. 15:51

인성 바르고 심성 고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내 어렸을 적의 유년기를 돌이켜보면 지금 나는 꽤나 나쁜 사람으로 살고 있어야 맞는 것이다...

뜬금도 없고 뚱딴지 같은 괴변일 수도 있겠지만 중2 때 사춘기 시절(지금의 아이들 사춘기는 그 보다 훨씬 더 빠르다더라만)

아버지라는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무조건 가출을 하고서

깡통을 들고 밥을 얻는 친구들과 소매치기 하는 친구들을 따라 다녔었다.

 

꽤 오랫동안 돌아다니다 아버지에게 잡혀 돌아오긴 했었지만

유년시절에 겪어봤던 그 경험들은 어디에서도 해볼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청소년기의 가출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볼만한 괜찮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출이 아니라면 방학기간동안

애비 애미들이 자식에게 얼마간의 돈을 넉넉하게 주면서 한달 정도를 집에 돌아오지 말고

마음껏 바깥세상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는 거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이 뒤숭숭해서 걱정은 되겠지만 세상천지 어디인들 위험하지 읺은 곳이 어디 있으랴,

 

 

 

분유통이나 미제 커피 통 같은 큰 깡통에다 줄을 매달고 목에 걸고사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밥동냥을 하는데

배가 덜 고팠었는지 지금도 익숙한 배고픔의 참기를 그때도 잘 했었던 것인지 기억은 가물하지만

깡통에다 밥들을 얻어와서 양지 바른 곳에 둘러앉아 먹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대형 청과물 도매시장 한 켠 가마니를 천장까지 쌓아둔 곳이 있었는데 가출했거나

아예 집이라는 곳엔을 떠나버린 정도의 몇몇 친구들이랑 그 위에 올라가서 가운데 가마니를 들어내고 움퓩 들어가게 만들었었다.

 

낮엔 돌아다니다 도매시장 사람들이 퇴근하고 장이 파한 후 어두워지면 올라가서 잠을 자기도 하고

지천에 널린 수박 과일들로 서리를 해서 저녁요기를 하기도 하고 낮시간 경매를 할 무렵 친구가 시키는대로 사람들 틈에 끼어 

한곳에 구경하듯 서 있는 바람잡이 역할을 했었는데 나중에 친구들에게 속은 것을 알게되었다.

 

나를 바람잡이 시켜둔 채 소매치기를 하고서 나에게는 작업을 못했다고 하는 식이었는데

알고보니 그들과 내가 물과 기름처럼 제대로 섞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눈치 채고 왕따를 시켰던 것이었다.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물 속에서 수면 위쪽을 보는 듯 하다

 

 

 

한달 여 가출을 경험하고 아버지에게 잡혀 돌아오게 되고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형과 누나가 있었지만 둘 다 내겐 무관심했었기도 했지만 형은 서울로 가서 이모네에서 살고

누나라는 사람은 연애하기 바빠 편지 심부름이나 시켰지 남동생의 사춘기 고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영국 땅 모양처럼 구름이 생겼다

 

 

 

빌리고 얻어서 닥치는대로 읽었던 당시의 책들이 지금의 내 성격과 성향이 되고 그나마 샛길로 빠지지만 않았던 인성으로 남았다.

책이래봐야 온통 소설책 투성이었고 반항적이었던 시절이었지만 책 속의 주인공처럼 옳바른(?) 인간이 될려고 무척 애썼던 기억이 난다.

 

책이며 영화의 주인공의 삶을 요모조모 뜯어 보고 내게 적용시켜

나라면 어땠을까 어떻게 하는 게 나은 것이가를 늘 고민했던 기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성이나 심성은 다 자기 하기 나름이고 스스로의 책임이고 탓이라고 믿고 싶다...

 

                                                                               

                                                                                 곰채 나무의 옹이 구덩이에 자리 잡은 금난초

 

내 인생 내 책임으로 살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부터 부자가 되어 봤거나 가난한 삶을 산 적은 별 없었다만

가고 싶은 곳은 무조건 가봤었고 가지고 싶었던 것 있으면 무진 노력을 해서라도 반드시 손에 넣었었고 

해보고 싶은 짓을 능력이(?) 되지 않아서 참기만 하고 못해봤던 아쉬운 기억은 거의 없다.

 

다만 원래부터 뿌리가(?)없어서라는 변명을 하면서 모은다는 거 좀처럼 가당치 않아 주머니에 마이너스가 불룩해질 때면

의례 친구들이 한마디 거들던 말이 파산신청 해버리면 편해진다는 말이었다.

 

그게 어떻게 편해지고 홀가분해질 수 있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고 신용이나 신뢰라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깰 지경인데

신용회복이며 파산신청 같은 것은 나에게는 끔찍한 세상의 끝으로나마 이해되는 일이다...

 

은행에서 내 주머니를 까뒤집으면 놀랄 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나는 신용등급은 최소한 이등급 이하로 내려지 않게 버티는데(?)

평균 일등급이 아니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성격이고 어쨌든 나는 상당히 초라하고 가난한 삶인 것만은 틀림이 없으며

자랑할 일이 전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카드는 연회비가 수 십만 원 하는 VIP용 다이아몬드 카드인데

그렇다고 좋은 삶 좋은 성격도 아니고 옳바른 삶이랄 수만은 없는 줄도 안다만 그나마 고단한 삶은 아니라서 내 성격이 그런 것을 어쩌랴...

 

이래도 한..저래도 한 세상이랬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만 나는 오로지 내 식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탓은 내 탓이고 내가 지고 갈 내 책임이잖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