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초저녁 밤하늘은 눈이 시리게 새파랗다 본문

측은지심

초저녁 밤하늘은 눈이 시리게 새파랗다

까미l노 2015. 5. 14. 00:17

 

 

"이런 사람이 왜 여자가 없을까?"

 

이런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오늘은 외돌개를 지나 너른 마당  목책을 넘어 외돌개를 등 뒤로 한 채 소나무들을 찍었다.

사람들이 좀 더 멋있게(?)지나 가줬으면 싶었다만...

 

 

 

 

사진을 찍고 민중각엘 들러 달달이 커피를 한잔 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곰팅이님 말씀이 그랬다.

 

"음식 만들 때 맥여줄 사람 가본 곳 중 좋았던 곳에 데려가 주고 싶어서..." 라고 여자 이야기를 하던 중

왜 내게 여자가 없냐고 하는데 오상님은 한 술 더 떠 아마 있을 거라고...

 

그랬다...

나를 조금 아는 사람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여자가 없을 리 없다던데 왜 그렇게들 생각이 들었을까...

 

자랑 할 일 이야 뭐 있을까만 여자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타입이라

어디에서건 나 혼자 다닌다면 지금 내게 여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셈이기도 한데... 

 

 

 

곰팅이님 가까운 곳에 산책 간다길래 차를 태워 드리면서 또 그런 말들을 했다.

혼자 살면 나름 편하기도 하다고...

 

뭐 이런 거 아닐까...

이 나이에 여자에게 주머니랑 통장따위 까발려 보여줘야 되고 세심하게 비위(?) 맞춰가며 신경 쓸 일 이라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면서...

 

 

                        

 

 

 

그러면서 왜 사람은 만나고 싶어지는 것인지...

 

곰팅이님에게 그랬다.

잘해주고 싶은데 잘 해줄 사람이 없는 게 좀은 그렇다고...

 

 

 

곰팅이님 저녁 안 먹었으면 밥 먹고 가라셨는데 난 밥 먹으라는 말 들으면 눈물부터 나는 사람이다.

밥에 무슨 눈치가 있을 것이며 염치가 있겠는가?

 

다만 모두를 밥 좀 먹고 사는 시대에 살고 있어 그나마 주리지 않을 때라 사양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적 이야기인가

밥밥밥 하던 그때가...

 

따순 밥 챙겨주려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잘 생기고 인정 많고 복 받아야 한다는 게 여태껏이었고

지금도그렇고 나중에까지도 그렇게 믿고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외돌개 노을 찍고 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노을을 찍지 말고 일출을 찍으라시던 오상님....

 

좀처럼 아침 해를 찍으러 가지 않는 타입인데 마음에 딱 든다 시픈 해 떠오르는 순간 포착도

또 구름 없이 붉게 떠 오르는 태양도 만나기가 수월치 않고 밤 낮으로 일을 하다보니 아침 해를 만나러 가는 게 쉽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다 나는 늘 노을이 더 좋다.

사멸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시뻘건 태양보다 은은한 붉음이 더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만

그런  나를 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덜 밝아서 그럴 것이다 싶은 생각도 하는가 보더라...

 

그래...

난 행복하고 신나게 사는 사람보다 슬픈(?) 사람에게 더 끌리긴 한다.

상처받은 아픈 영혼들만 만나게 되었던 건 내 눈에 그런 사람만 보여서였는지 내가 그런 사람만 볼려고 해서 그랬던 것인지...

 

 

꽃을 찍고 나무를 찍고 풀들을 찍고 달을 찍고 지는 해를 찍고 곤충과 애벌레들을 찾으러 다닌다.

나도 긴머리칼 마구 휘날리는 여자도 찍어주고 싶다.

 

지는 해 등진 채 누구인지 모르게 실루엣만 보이더라도 하늘거리는 치마 입은 여자 옆모습 예쁘게 잘 찍는데 기회가 없다...

콧날이 예쁜 여자 옆모습 찍고 싶어 거리를 나섰다가 오늘도 지는 해만 찍었다.

 

 

 

민중각 폐인들과 올레를 걷는 날 아니면 사람을 찍어볼 일이 없구나...

재작년에 혼자 한라산 갔을 때 비상님 일행을 만났다가 무지개님을  찍은 적 있었는데 실물보다 훨 예쁘게 찍었더라구...

 

 

 

 

 

 

숨박꼭질 끝난 후 아이들 하나 둘 집으로 돌아들 가고 나면 혼자 남아 아무도 기다려주는 사람 없는 집으로 가곤 하던 그때

하늘을 올려다 보면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엔 쪽달 파르르 떨고 있고 제트기 흰 꼬리 그림자 한 줄 그어져 있곤 했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프리카 도시락 소풍 도보여행 그릇 필요치 않는 도시락  (0) 2015.05.17
애인& 안 바깥사람   (0) 2015.05.15
밤을 지새는 이야기  (0) 2015.05.10
내가 한 짓 돌아보니  (0) 2015.05.07
사랑 그리고 용서  (0) 201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