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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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내가 한 짓 돌아보니

까미l노 2015. 5. 7. 10:43

 

                                         산뽕나무 엄나무 더덕 다래들의 새순에다 고추장 참기름 넣고 참깨 빻아 비볐다.

                                                                 아카시꽃 튀김을 곁들이면 그림도 더 좋다...

자서전이나 회고록 같은 거 쓸 일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겠다만...

살아온 날 뒤돌아 셈을 한 번 해봤더니 헛살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홀가분이라고 그럴싸한 위로를 한다.

 

집 한 채 사서 알콩달콩 살아보기 잠시 벌써 하고도 십여 년 전의 과거가 되어버렸고

다시는 집 같은 것에는 얽매이지 않고 유유자적 하겠노라 어줍잖은 합리화로 살아왔었는데

몰랐던 사실을 새삼 알게된 건 아니지만 섬세한 척(?)돌아봤더니 웃고말아도 될 일인가 싶어진다.

 

여태 내가 번 돈이라는 것이 십억까지야 미치겠냐만 그 정도일만큼 꽤 되는 것 같은데

어디다 썼는지 남은 게 한푼도 없다는 건 내가 한 짓이라서 잘 알면서도 그냥 믿을려니 좀은 그래진다...

 

게다가 더 초라한 게 여태 수중의 전 재산으로 셈해 본 것이 오천 만원이 안 된다...허..그참...참 나...

털어 먼지 나지않을 사람 세상엔 하나 없다던데 탈탈 털면 나도 먼지는 꽤나 나올 것인데

여태 살았던 동안 세상에 등록해도 될 내 전재산이 오천 만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니...

 

한참 돈만 벌다가 죽을 것처럼 살았던 IMF라는 시기에도 속칭 잘 나갔던 때라 그때 아파트도 사고 그랬었는데

그 또한 대출로 샀기에 오로지 내 재산은 아니었었고 이것 저것 다 처분하여 셈하고 저축이며 보험이며 자동차며

싸그리 끌어모아 셈해봤지만 단 한 순간도 단 돈(?)오천 만원이라는 거대한 장벽을(?)넘은 적이 없었네...좀은 신가하다 싶다...

 

다시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집값 때문에 인천에서 출퇴근 하면서 빌라를 구입했다가 되팔았을 때도

전재산이란 건 마의(?) 5를 넘어서지 않았던 것 같다...

 

자동차를 새로 바꾸고 콘도를 구입하고 카메라를 사면서 많이 썼던 한해

지출했던 돈을 몽땅 계산해봤더니 몇 천 만원이 넘었을 때도 있던데 수중의 재산이란 건 항상 오천을 넘지 않았었고 지금도 그렇다.

 

공직에 가려는 인간들 청문회하면서 털리는 것을 내게 적용한다면 직통으로 바로 통과되고도 남겠고

게다가 금상첨화인 것이 지금 현재 내 신용등급은 최우수 1등급이라고 알려져왔고 전재산은 마이너스이니 안 그렇겠는가,

 

도박 같은 것에도 관심 없었고 술을 마시지 않으니 유흥문화를 접해본 적도 없고 명품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뭐 오천 만원을 넘지 않을려고 애 쓰기라도 했던 것도 아니었고

옳바르게는 살아온 것 같긴 한데 내가 오롯이 책임질  내탓이라 기분은 씁쓸하다...

 

꽤나 정직하게 사업을 하다가 망한 친구가 그러더만 옳바르게?

성실하게?

착하게 살면 머하노?

라면서 적당히 비위 맞추며 지꺼 충분히 챙기고 사는 놈이 가족들도 제대로 건사하는 장땡인 게 맞는 세상이라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할건데?

애비는 깨끗하게 사는 사람이라서 니들 원하는대로는 못해준다고?

그렇게 살거냐면서 어리석은 짓 마라 그러더니...

 

괴변도 아니고 어깃장 섞은 표현을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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