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녹 슨 금간 바닷가 자물쇠 본문
무슨 영화였던가 드라마에서였던가?
주인공이 한 말 가운데 사랑이 움직이냐라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몇달 전 안개 자욱한 세연교 주위 바닷가에 갔더니 난간에 자물쇠 한개가 달랑 달려있었다.
추락을 방지하려는 쇠 난간줄에 걸려있었고 열쇠는 아마도 앞의 바다에 던져졌을테지,
자물쇠는 고정된 곳에 있는 게 아니라서 사람들 손이나 바람에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것 같았다.
저곳에 머잖아 무수히 많은 그렇고 그런 자물쇠들이 그렇고 그런 사랑들로 매달리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렇다고 버려진 열쇠로 바로 앞 바다가 매꿔지지는 않을것이 파도가 연신 훔쳐 먼 바다로 떠나보낼테니까...
사랑이 움직이는 것인지 다른 이유들로 떠나보내게 되기도 하는 것인지는 바다만 알 일...
그저께 꽤 많은 비가 추적거리던 날에 다시 그 바다엘 갔더니 그새 자물쇠 하나가 더 달렸었는데
따로 달린 게 아니고 원래의 자물쇠에 업히듯 매달려 있었다.
처음 자물쇠를 걸은 주인공이 다시 와서 한개를 더 단 것인지 다른 연인들이 매달아 둔 것인지 모르겠다만
두개 다 비를 맞고 해풍에 거슬려 두툼하게 덮힌 녹이 슬대로 슬어 갈라지고 있었다.
혼자 달려있었을 때 보였던 무슨 금속 메이커도 이미 떨어져 나가버렸다.
사랑이 움직이고 있다...
저렇게 비바람에 노출된 채 방치된다면 필시 저 사랑은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마침내는 떨어져버릴텐데
자주 찾아와서 기름칠이라도 해주고 가지...
근데 처음의 자물쇠보다 뒤에 매단 자물쇠의 주인공들이 더 빨리 사랑이 식어가는 것일까?
벌써 반으로 금이가 갈라지고 있다.
왜 다른 곳이 아니라 이미 달려있었던 자물쇠에다 매달아뒀을까?
맨 처음의 자물쇠의 줄에 매달린 고리 부분이 갈라져 두개가 같이 떨어질까?
아니면 뒤에 늦게 매달린 자물쇠가 혼자서 먼저 떨어질런지 별 개 다 궁금해지는 늙은이...
원래 두쌍의 연인이었는지 한쌍의 연인이 사랑이 식을 것 같아서 한 번 더 찾아와서 한개를 더 매달은 것인지
그나 저나 둘 다 아마도 매달기만 하고서 금새 잊어버렸을 것 같다....
친구놈의 카톡에 이런 글이 적혔다.
"잠 드는 그 시간이 내 생의 마지막이길..." 이라고 택도 음는 희망을 꿈 꾸고 있다....
사소한 곳에서든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거든
나 아닌 타인이 원치 않을 짓일랑 결코 하지 않으며 살다 갈 일이다.
술 슬픈 밤에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죽음보다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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