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몽당연필 본문
어릴적 공부 안 한다고 못 한다고 퉁박이나 핀잔 섞어 구박만 하던
내게 단 한명 뿐인 누나라는 사람은 남보다도 못한 연으로만 남았고
잘 생겼다 싶은 마음에 찬다 싶은 글씨에만 오직 관심 있은지라
기다랗고 예쁜 심이 뾰족한 연필을 깎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가르쳐주지 않던
살아 오면서도 지금도 주변에 보여지는 심성 고운 여성이 남동생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기심만 가득한 가족애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것 같다.
차라리 연락조차 없어서 이제는 오히려 편안해졌다만...
공부는 못해도 필통 안 연필과 지우개 칼 등속이 가지런히 놓였고
여드름 생기던 빡빡머리 고딩이 되어서는 한 번도 끝까지 다 읽지 못했어도 책가방 속 칸칸마다엔
언제나 교과서 보다 소설책이 더 많았는데 등하교길 여자고등학교 앞을 지나야 하기에
빵빵하게 무거워 보이는 책가방의 모서리 곽을 잡아야 했었고 눈부시게 하얀 운동화와 칼주름 잡힌 교복을 입고 다녔다...
이제는 연필이래야 도화지에 드로잉을 하거나 데상을 할 미술가도 아니라서 있어도 사용은 안 하지만
잉크병과 만년필은 지금도 바라만 봐도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촉을 금으로 만들어 값을 따져 값어치가 있어서 가지려던 건 결코 아닌
일 년 열 두달 라면만 먹고 살아도 갖고 싶다면 나는 주저없이 몽블랑 만년필을 손에 넣는다.
카메라와 렌즈가 그렇고 사람을 사랑하게 된대도 그럴 것이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 함 묵자 (0) | 2015.03.05 |
---|---|
니 때메 미치거따... (0) | 2015.02.27 |
묵은... 잊은 그리움 (0) | 2015.02.20 |
좆 같은 세상과 성욕 (0) | 2015.02.18 |
좋은사람은 못 되고 괜찮은 사람이긴 했었다 (0) | 201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