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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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첫사랑에 대한 소회 #1

까미l노 2015. 2. 17. 11:10

나에게서 대포를 두 방 맞았다던 그녀에 대한 소회

 

 

죽어라 트럼펫만 안고 다녔던 중2 빡빡머리 때

전국 학생음악 경연대회에 참석했었다.

 

무대 위

중간쯤 객석에 있었던 그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게 되어버려

곡을 까먹을 것 같은 낭패감에 제대로 연주를 하고 내려온 것인지 뇌리에 남아 있던 것은

그 여학생의 눈을 마주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뿐,

 

그 이후로부터 내 음악가의 꿈은 모 시의 관악단 단원이 마지막이 되고

무대 공포증은 끈질기게 나를 괴롭혀 끝내는 음악가의 꿈은 포기한 채 아이들 지도로 돌아서 버리게 되었다.

 

내 트라우마를 경험삼아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신기하게도 전혀 공포감이 없게 해줬다는 자평을 하는 편인데

내가 해줬던 간단한 방법은 아이러니 하게도 샘 눈만 바라보고 연주를 하라고 했을 뿐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서두로 꺼낸 것은

나와 눈이 마주쳤던 그녀는 나와 내 친구중 둘을 저울질 하고 있었던 내 유년의 첫 호기심이었던 여학생이었기 떄문이고

내게는 첫사랑이자 동정을 바친 여학생과도 친구 사이였기 때문이다.

 

대인 기피증 비슷한 것인지 당당하게 내 뜻을 피력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 앞이거나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를 평소에 아는 만큼은 믿어주겠지 라는 소심함으로

성격도 굳어져 가더라는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소도시 친구의 집 근처 살던 두 여학생

매일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던 이유가 그 여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고

둘 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착각으로 선택의 기로에 선 나만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기 떄문이었다.

 

내가 탈락을(^^) 시켰던 한 여학생은

무척 예쁘고 키 크고 날씬했고 집도 부자였고 생기 발랄한 타입이었음에도

내 소심함 덕분으로 내 선택이 절대 낭패가 되지 않을 것 같기에 반대 될 법한 여학생을 선택하게 되었었다.

 

탈락한 그 여학생에게서 후에 여대생이 되어 내가 카투사로 군복무를 할 때

면회를 온 최초이자 최후의 여자가 되어 그때 니가 탈락시킨 것이 두고 두고 이해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

 

면회 온 애인처럼 외박증을 끊어 같이 외박을  나가게 되여관방 한 이불속에 속옷차림으로 누웠는데

한참을 지나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던 나에게 나 정도의 여자가 이렇게 한 이불 아래

그것도 바짝 붙어 속옷 바람으로 누워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그냥 있을 수 있느냐고 화라도 내는 척 웃으며 따지던 그녀,

 

그녀에게는 애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았고 친구에 대한 의리로 면회 온 것일 뿐이라고 믿었던 나,

지금도 사랑 같은(^^)느낌조차 없으면 목석처럼 구는 사람이라 다행 몹쓸 비겁한 남자로 살지는 않게 된 것 같다.

 

그때 탈락을 피해(^^) 선택을 당한 여학생은 하숙집 구석진 방에서 나의 동정을 헌납(^^)받고도 믿지 않아 하던 첫사랑이었는데

나는 지금도 첫사랑이라고 할 대상은 어떤 경우이고 어느 정도였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친구의 가족도 모두들 나를 좋아해줬고 그친구 언니도 내 누나와 동기동창이고 그랬기에 더욱 친했다.

그 친구를 선택했던 가장 우선시 했던 이유가 처음엔 글씨체가 예쁘고 쓰는 글마다 내용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오로지 손글씨로 편지를 보내던 시대였기에...

 

어른이 되고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무렵에도 여전히 그 친구와는 가까웠었는데

그 친구가 자기 가족에게 심각하게 내 얘기를 하게 되고 일언지하에 승락불가를 받았다는 걸 내게 이야기 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에 빠졌던 나는 그녀를 단박에 포기했었는데 그게 그녀에게 내가 쏜 최초의 대포라고 생각한 그녀,

 

그녀는 왜 나에게 굳이 자기 집안에서 나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했을까?

당시의 나로선 가족 반대로 우린 안 될것 같다... 라는 통고였으리라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성격은 가족의 찬반 유무에 전혀 개의치 않을만큼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심 강했었기에...

 

보란듯이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 하게 됐지 않느냐 라며 자랑하듯 하던  그녀 언니편으로 소식을 듣고 직접 가서 축하까지 해줬었다.

그리고 나의 첫사랑은 유야무야가 된줄 알고 잊은듯 살았다.